국내 주식형펀드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아 1960대까지 떨어지면서 생긴 변화다. “주가지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슬금슬금 주식형펀드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형펀드에서 ‘실탄’을 충전한 자산운용사와 보험, 연기금 등이 연말 증시의 주도세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기관 '총' 이 정조준한 종목은…

○연말 증시 ‘기관’이 주도하나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로 184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8월28일부터 44거래일 동안 이어졌던 순유출 행진이 지난 5일 끝나고 8일부터는 연속 순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순유입 규모도 8일 391억원에서 12일 908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코스피지수가 떨어지면서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 물량이 줄어들었고 향후 주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신규 자금 수요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성민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채권형펀드에서 자금이 탈출하고 있고 머니마켓펀드(MMF) 투자자들도 낮은 이율로 다른 방식의 자금 운용을 고민하고 있다”며 “주식형펀드 이외에는 이 자금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4분기 상장사 실적이 3분기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경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며 “연말까지는 이렇다 할 악재가 안 보이는 만큼 강세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관이 주식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어진 만큼 외국인들이 조금만 받쳐주면 100~200포인트는 금세 올라갈 수 있다”며 “12월 장은 의외로 급하게 올라가는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꾸준히 보유 주식을 던졌던 보험, 공제회 등 기관 자금이 ‘사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험과 각종 공제회 중 상당수가 외국인의 사상 최장 기간 매수세로 코스피지수가 2050선에 육박했을 때를 전후해 주식을 환매, 연간 목표 수익률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며 “11월 말부터 연말까지 이들이 새로운 매수주체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원투수’ 등판 효과는 아직

국내 주식형펀드에 나흘 연속 자금이 유입되면서 그동안 매도로 일관하던 운용사도 ‘사자’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매도세를 연기금이 홀로 막아내던 상황에서 운용사가 ‘구원투수’로 등판, 수급에 숨통이 트였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운용사와 연기금은 각각 394억원과 110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두 주체의 매수세에 힘입어 이날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0.2% 오른 1967.56으로 장을 마쳤다.

아직까지 운용사와 연기금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지수 방향성에 베팅하거나 바닥을 벗어나고 있는 중대형주를 저가매수하는 데 그치고 있어서다. 연기금과 운용사가 동반 매수를 시작한 지난 8일 이후 운용사는 ETF인 ‘코덱스200’과 배당 매력이 커진 삼성전자 우선주를 가장 많이 사들였고, 연기금 역시 삼성전자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이 밖에 운용사와 연기금은 포스코 한국전력 KT 등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오른 대형주와 단기 조정을 받은 조선주를 주로 사들였다.

증권 전문가들은 주식형펀드에 꾸준히 자금이 들어올 경우 기관의 매수 패턴이 좀 더 공격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센터장은 “실탄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향후 기관들이 집중 매수하는 종목들이 연말 증시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형석/강지연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