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 바꿉시다” >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부터)이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이준용 대림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확 바꿉시다” >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부터)이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이준용 대림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의 총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961년 출범 이후 52년 만에 일대 변신을 꾀한다. 제조업 중심의 일부 대기업 이해만 대변한다는 지적에 따라 중견기업과 서비스업체도 신규 회원사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특히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회장단 활동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50대 그룹에 속한 기업의 총수를 회장단으로 영입하기로 했다.

전경련은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회장단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발전 방향을 내놓았다. 회장단은 이날 경기 회복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국회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중견그룹 총수 회장단 영입

전경련은 경제계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제조업 중심에서 중견기업, 서비스업종 기업 및 단체 등으로 회원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대표적 인터넷기업 NHN과 중견 정보기술(IT)기업 서울반도체 등을 새 얼굴로 등록시킨다는 구상이다. 신규 회원사는 규모와 업종,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회장단 추가 영입도 추진한다. 현재 21명인 회장단(이승철 상근 부회장 포함) 가운데 4명이 구속수감 등으로 유고 상태인 데다 4대 그룹 총수의 불참으로 회의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회의도 참석 인원이 7명에 그쳤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30대 그룹 밖으로 눈을 돌려 50대 그룹(자산기준·공기업 제외) 총수 가운데 일부를 회장단으로 영입할 방침이다.

50대 그룹 가운데 역대 회장단에 포함되지 않은 곳은 20여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CJ, 신세계, 현대산업개발, 한솔, 한라 등은 ‘현 회장단에 속한 그룹의 친족그룹 총수는 회장단에 합류시키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배제된다.

에쓰오일, 한국GM 등 외국계 그룹과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채권단이 대주주인 곳도 회장단 가입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를 감안하면 새로 회장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곳은 부영, OCI, 영풍, 미래에셋, 대성, 세아, 교보생명, 하이트진로, 태영 등 8~9개 그룹 정도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15곳가량이 접촉 대상이며 회장단 포함 여부는 내년 2월 열리는 총회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기존 회장단 회의 외에 사장단 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주요 그룹 회장들이 업무에 바쁜 만큼 회장단 회의 전에 전문경영인(CEO)들이 모여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견을 사전 협의하기 위해서다. 현재 14개인 정책별 위원회도 현안의 중요성과 회원사의 관심도, 중복 여부 등을 감안해 줄이기로 했다.

○한경연은 ‘한국의 브루킹스연구소’로

전경련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의 변화도 예고했다. 그동안 재계 현안에 대한 즉각 대응논리를 주로 개발했던 조직 구조를 국가·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과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로 바꾸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계 전문가를 외부에서 초빙 연구원으로 충원하기로 했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미국기업연구소(AEI) 등은 전체 연구인력의 60~70%를 외부 초빙 연구원으로 채워 연구역량을 높이고 있다”며 “한경연도 이런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 과제 연구를 위한 조직도 신설한다. 저성장·고령화·남북통일 등을 연구할 미래전략센터와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연구할 경쟁력센터를 두기로 했다.

이건호/이태명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