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 FT 아시아 편집장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일본의 어려움 겪을 수도"
한국이 앞으로 일본이 경험한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경고가 나왔다. 구조 개혁을 통해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데이비드 필링 파이낸셜타임스(FT) 아시아 편집장(사진)은 15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중일 정치·경제 관계 어디로 가고 있나’ 조찬강연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강연 초반에는 “한국은 동북아 국가 중 가장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메이지유신 이후 급성장한 일본보다 놀랍다”며 한국 경제를 한껏 치켜세웠다. 전 세계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제품을 애용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기업들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에서 일본 기업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필링 편집장은 그러나 강연 후반부에는 “한국에 올 때마다 지나친 수출 의존도, 소득 불균형과 복지 부족, 높은 자살률이라는 어두운 모습을 보게 된다”며 눈부신 발전 이면에 감춰진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어려움을 앞으로 한국도 겪을 확률이 높다”며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이 고령화와 엔고 속에 1991~2011년까지 20년간 연평균 0.9% 성장에 그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것처럼 한국도 장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