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힘 싣기?  삼성 오히려 숨통?…아전인수 '특허 전쟁'
[ 김민성 기자 ] 미국 법원이 애플에 힘을 실어주는 것인가, 오히려 삼성전자에 숨통을 터준 것인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순회 항소법원이 애플의 삼성전자 태블릿PC 및 스마트폰 판매금지 요청을 기각한 지방법원 1심 결정을 뒤집고 재심을 명령하자 이해득실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등 현지 외신은 하급심이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취지로 고등법원이 결정을 뒤집었기 때문에 미국 내 삼성전자 제품 판매가 다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쪽으로 해석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항소심 판결을 "환영한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일단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삼성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실용특허 요건 상 가능하다"는 미국 항소법원 측 판결 주내용을 인용,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소송 전반에 우위를 점하게 되는 계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항소심은 이같은 1심 판결을 '하급심의 재량권 남용'으로 봤다. 기각 결정으로 아예 판매금지 가능성을 따져볼 수 없게 한 것 자체가 재량권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또 판매금지 핵심 쟁점 역시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 3종 및 상용특허 3종 등을 침해했다는 점이기 때문에 배상액 소송과 맞물려 삼성전자가 입을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재심의를 명령한 상용특허로 인해 자사 제품이 판매금지될 가능성을 높지 않은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환영'이라는 입장을 밝힌 이유는 항소법원이 상용특허에 대해서만 재심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초 애플은 상용특허를 포함해 디자인 특허, 트레이드 드레스(독창성 있는 상품 외장·Trade Dress)까지 삼성전자가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결과적으로 디자인 및 트레이드 드레스 특허 침해는 다시 따질 필요가 없다고 우회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디자인 특허는 애플 아이폰 등 제품에 적용된 모서리 곡면 등 시각적 요소들이다. 과거 생산 제품 디자인 등 스마트폰 외관을 다시 변경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과거 제품 디자인 변경에 실익이 없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디자인 특허 침해가 확정되면 실질적으로 판매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상용특허는 사정이 다르다. 애플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주요 상용특허 기능은 '핀치 투 줌', '러버 밴딩', '탭 투 줌 후 탐색'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들이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변경으로 얼마든지 다른 UI를 적용해 해결할 수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이미 이를 해결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방안을 내부적으로 마련했다.

1심이 판매금지를 재결정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이유도 맥을 같이 한다. 항소법원이 3가지 특허 침해부분 중 2가지는 삼성전자 측 책임이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과 같기 때문이다. 재결정 주체도 1심과 같은 고 판사라는 점도 삼성전자에 희망적 요소다.

고 판사는 지난 12일부터 현재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에서 '애플 대 삼성전자' 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의 배상액 일부를 재산정하는 공판도 함께 주재하고 있다. 판매금지 처분까지 재심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기 때문에 고 판사가 담당하는 애플-삼성 소송 공방 범위는 다시 넓어진 셈이다. 하지만 소송액 최종 산정 및 판매금지 소송 건은 전혀 다른 소송이기 때문에 서로 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보고 있다.

한편 배상액 재산정 소송에서는 애플은 추가 배상금으로 3억7978만 달러(약 4066억원)를 요구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5270만 달러를 주장했다. 이로써 애플이 삼성전자에 청구한 총 배상액은 이미 확정된 6억4000만 달러에 재산정 금액을 더한 10억 2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여전히 1조원이 넘는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