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9일 세일…'못 믿을' 백화점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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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세일…창립 세일…
'제값 내면 바보' 인식 커져
할인판매 늘어 수익 악화
'제값 내면 바보' 인식 커져
할인판매 늘어 수익 악화
2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7층 아웃도어 매장.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다운재킷 신상품에 55만3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지난달 말 처음 나왔을 때 79만원에 팔렸던 제품으로 한 달도 안 돼 세일에 들어간 것. 판매사원은 “정기세일 기간은 아니지만 연말까지 다운재킷 전 품목을 30% 할인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이 최근 사실상 상시세일에 들어가면서 제품 판매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연간 100일이 넘는 정기세일은 물론 브랜드 세일, 창립기념 세일 등의 명목으로 할인 판매를 지속적으로 실시, 소비자들 사이에 ‘정상 가격에 구입하면 바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이 이달 들어 세일 행사를 하지 않은 날은 정기휴무일인 11일 하루뿐이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는 백화점별로 창립 기념행사를 열었고 12일부터 21일까지는 일부 브랜드가 참여한 ‘브랜드 세일’을 진행했다. 22일부터는 겨울 세일에 돌입한다. 올 들어 정기세일만 84일간 진행했고 기타 특별할인전 등을 합하면 100일이 넘는 할인행사가 열렸다. 연말세일 등을 포함하면 올해 세일기간은 150일에 육박한다.
직장인 김현희 씨(26)는 “상품별로 따지면 백화점이 거의 매일 세일을 하는 것 같다”며 “신제품이 나온 뒤 한 달 만에 할인판매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정상 가격을 주고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주부 정수민 씨(48)는 “백화점이 잦은 세일에도 이익을 내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백화점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의류제조업체들이 처음 내놓는 상품은 대개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데 이 상품의 대부분이 백화점으로 들어온다”며 “백화점이 의도적으로 높은 가격을 매긴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또 “세일기간이 늘어난 것은 소비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싸게 파는 대형마트, 아울렛, 온라인몰 등의 등장도 백화점의 할인판매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패딩 점퍼인 ‘캐나다구스 엑스페디션’을 99만8000원에 팔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에서 125만~130만원에 판매되는 상품이다.
할인가 판매가 늘면서 백화점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1.6%에서 지난해 9.5%로 낮아졌고 올 들어 지난 9월까지는 7.7%로 하락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영업이익률도 2010년 12.7%에서 2011년 11.6%, 2012년 10.3%로 떨어졌다.
김기영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세일이 길어지면 백화점 수익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아울렛 온라인몰 등으로 빠져나가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세일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백화점이 최근 사실상 상시세일에 들어가면서 제품 판매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연간 100일이 넘는 정기세일은 물론 브랜드 세일, 창립기념 세일 등의 명목으로 할인 판매를 지속적으로 실시, 소비자들 사이에 ‘정상 가격에 구입하면 바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이 이달 들어 세일 행사를 하지 않은 날은 정기휴무일인 11일 하루뿐이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는 백화점별로 창립 기념행사를 열었고 12일부터 21일까지는 일부 브랜드가 참여한 ‘브랜드 세일’을 진행했다. 22일부터는 겨울 세일에 돌입한다. 올 들어 정기세일만 84일간 진행했고 기타 특별할인전 등을 합하면 100일이 넘는 할인행사가 열렸다. 연말세일 등을 포함하면 올해 세일기간은 150일에 육박한다.
직장인 김현희 씨(26)는 “상품별로 따지면 백화점이 거의 매일 세일을 하는 것 같다”며 “신제품이 나온 뒤 한 달 만에 할인판매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정상 가격을 주고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주부 정수민 씨(48)는 “백화점이 잦은 세일에도 이익을 내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백화점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의류제조업체들이 처음 내놓는 상품은 대개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데 이 상품의 대부분이 백화점으로 들어온다”며 “백화점이 의도적으로 높은 가격을 매긴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또 “세일기간이 늘어난 것은 소비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싸게 파는 대형마트, 아울렛, 온라인몰 등의 등장도 백화점의 할인판매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패딩 점퍼인 ‘캐나다구스 엑스페디션’을 99만8000원에 팔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에서 125만~130만원에 판매되는 상품이다.
할인가 판매가 늘면서 백화점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1.6%에서 지난해 9.5%로 낮아졌고 올 들어 지난 9월까지는 7.7%로 하락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영업이익률도 2010년 12.7%에서 2011년 11.6%, 2012년 10.3%로 떨어졌다.
김기영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세일이 길어지면 백화점 수익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아울렛 온라인몰 등으로 빠져나가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세일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