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본점 직원들이 공모해 70억원 안팎의 돈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은행 전 도쿄지점장이 직원들과 공모해 1700여억원을 부당 대출한 사고에 이은 것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22일 “국민은행 본점 신탁기금본부 직원 2~3명이 보관 중인 국민주택채권을 포함한 채권을 시장에 내다파는 방법으로 7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민은행은 이들 직원을 검찰에 이미 고소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 관계자도 “국민은행으로부터 이 같은 사고 사실을 보고받고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 파악 중”이라며 “신탁계정에서 관리하는 채권을 팔았다는 점에서 고객 돈을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신탁기금본부의 이 같은 횡령 사실은 자체적인 내부조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국민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이들 직원이 최소 1년 이상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며 “감사부에서 이들 직원의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횡령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신탁기금본부는 신탁부 수탁사업부 주택기금부를 총괄하고 있다. 신탁은 고객이 맡긴 돈을 관리·운용하는 걸 말한다. 따라서 돈의 소유자는 고객이다. 결국 고객 돈을 횡령한 셈이다.

이들은 고객이 맡긴 돈으로 매입한 각종 채권을 보관하다 중간에 내다파는 방법으로 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계정에서 매입한 채권 중 국민주택채권 등 안전하고 만기가 긴 채권을 주로 내다 팔아 단기간 내 발각되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국민은행은 이미 문제가 된 도쿄지점에서 지점장뿐 아니라 직원들까지 조직적으로 부당대출에 가담한 사실도 이날 함께 확인됐다. 대출 금액을 늘릴 수 있도록 담보 물건 가격을 부풀려 평가하는 방법 등을 사용했다. 지점장이 대출받을 사람을 데려와 대출금액을 먼저 정한 뒤 직원들이 담보물 가격을 매매계약서에 적힌 원래 가격보다 올려 적는 식으로 이뤄졌다. 대출 신청 당시 일본인이었던 부동산임대업체 대표가 대출받은 뒤에는 지점장의 매제로 뒤바뀐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에 의해 확인된 것만 대출조작 4건, 부당대출 107건 등 모두 111건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국민은행의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해 내부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해외지점뿐만 아니라 본점에서 사고가 터졌다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