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소득탈루 139조…지하경제의 절반
한국이 한 해 걷을 수 있는 세금 중 실제로 걷는 세금은 48%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자영업 부문의 지하경제 규모가 전체 지하경제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자영업자들의 탈세 규모만 한 해 38조2000억원에 달해 이에 대한 양성화가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저소득 국가만도 못한 징수율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증세보다 지하경제 과세 강화가 먼저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이 징수 가능한 최대 세수의 48%만 실제 세금으로 걷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는 징수 가능 최대 세수의 70% 정도를 걷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가(69%)나 저소득 국가(63%)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조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지하경제 비중이 높은 데다 자영업자의 탈세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하경제 국제비교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오스트리아 린츠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은 2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1%에 불과한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11.0%), 영국(12.0%), 호주(13.4%) 등을 훌쩍 넘어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18.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유난히 지하경제 비중이 높은 이유는 자영업 부문의 탈세가 많기 때문. 슈나이더 교수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지하경제의 44.3%가 자영업 부문의 소득 탈루로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8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OECD 평균(22.2%)의 2배에 달한다.

○양성화, 자영업에 집중해야

자영업자 소득탈루 139조…지하경제의 절반
LG경제연구원은 슈나이더 교수의 2010년 한국 지하경제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2년 기준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314조3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자영업에 의한 지하경제 규모가 139조2000억원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자영업자의 탈세 규모만 작년에 38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자영업자 등 현금 수입 업종의 소득탈루율(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비율)은 2005~2012년 8년 동안 평균 57.0%를 기록했다. 1억원을 벌면 4300만원만 벌었다고 신고했다는 뜻이다. 이는 흔히 소득탈루율이 높을 것이라 짐작하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종의 탈루율(32.6%)보다 월등히 높다.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가 이렇게 심각한데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것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저해할 것이라는 게 조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1999년 도입 이후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지하경제 비중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는데 최근 공제율이 줄어들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의 지하경제 대책은 특성에 맞게 자영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는 △세금 관련 규제를 줄이는 등 자발적 납세를 유도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재검토하고 △주요 탈세자를 장기적으로 관리감독하며 △영세 자영업자도 자료에 근거해 소득신고를 하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