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공급이 잇따르면서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방치되는 곳이 늘고 있다. 최근 부실개발 의혹으로 공사가 중단된 나주미래산업단지 현장. 한경DB
산업단지 공급이 잇따르면서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방치되는 곳이 늘고 있다. 최근 부실개발 의혹으로 공사가 중단된 나주미래산업단지 현장. 한경DB
전국에 개발 중인 일반산업단지들이 ‘미분양 용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침체로 산업단지 내 미분양된 땅이 최근 5년 새 4배까지 급증했다. 산업단지 지정만 받고 부지 정리를 못한 곳도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단지 지정으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업을 추진한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 부실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묻지마 조성’에 공급과잉 후유증

산업단지도 미분양 '몸살'…전국 60% 첫삽도 못떠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산업단지 면적은 2445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611만㎡에 불과했던 미분양 산업단지 면적은 2012년 한 해에만 739만㎡ 늘어나는 등 급증하고 있다. 또 산업단지 지정 이후 첫 삽도 못 뜬 곳이 184곳(788.5㎢)으로 산업단지 전체 면적(1360㎢)의 57.9%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국가산업단지가 아닌 일반산업단지(옛 지방단지 등)와 농공단지다. 산업규제 완화 차원에서 산업단지 개발 인허가권이 지방으로 옮겨진 이후 공급이 급증했다. 지자체장과 지역구 의원들이 주민의 표를 의식해 경쟁적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64~2007년에는 전국에서 696개의 산업단지가 지정됐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는 389개가 무더기로 지정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4분기 산업단지 통계가 나오기 전엔 11월 현재 지방산업단지가 몇 개나 지정됐는지 파악도 안된다”고 밝혔다.

민자사업자들이 토지보상금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곳도 많다. 최근 산업단지 개발에 적극 참여했던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방에 지정된 산업단지 중에는 사업성이 없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국토부·기재부 구조조정 고심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뛰어든 공기업과 지자체의 재정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도시공사의 경우 5000억원에 이르는 미분양 산업단지를 안고 있다. 화성도시공사도 2010년부터 조성한 전곡해양산업단지 분양률이 13.2%에 그치면서 부채비율(작년 말 기준)이 333%까지 치솟았다.

산업단지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은 주택·건물의 신축 제한은 물론 토지거래까지 묶인다. 이 때문에 해당 산업단지 개발이 지연되면 주민 피해도 확산된다. 고준석 신한은행 지점장은 “지방에서 추진 중인 산업단지는 해당 지자체 발표만 믿고 투자한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산업단지 구조조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기재부는 최근 ‘계획입지 내실화를 위한 유인체계 재설계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산업단지 지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가 마땅히 조정할 수단이 없다.

장철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사업자가 개발하는 경우에는 규제가 쉽지 않다”며 “앞으로는 민간 지방산업단지도 중앙정부와 협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