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가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데 기준이 되는 원·달러 환율을 1050원(연평균)으로 정했다. 삼성의 경우 원화가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올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보다 30원가량 낮은 기준 환율을 적용한 것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은 환율이 떨어지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

환율 하락 등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서 삼성, 현대차를 비롯해 주요 그룹들도 경영 기조를 ‘비상 경영’과 ‘보수 경영’으로 정하는 분위기다.

삼성·현대차, 원高 비상경영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이 1050원일 것으로 예상하고 매출 및 영업이익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의 올해 사업계획 기준 환율은 1080원이었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도 삼성전자가 정한 기준 환율을 잣대로 내년 사업계획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경기 회복세와 미국 통화당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에 따라 환율 변동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부분 기업이 원화 강세에 무게를 두고 내년 사업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이 30대 그룹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4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30대 그룹이 예상한 내년 평균 환율은 원·달러 1069원90전, 원·엔(100엔당) 1074원40전이었다. 올해 대비 원·달러는 19원20전, 원·엔은 136원70전씩 낮춰 잡은 것이다.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조사 대상 기업 CEO 대부분은 보수적으로 기업을 이끌어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격 경영’이라고 응답한 CEO는 6.8%에 불과했다.

내년 투자와 고용도 올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이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59.1%가 ‘내년 투자를 동결하거나 줄이겠다’고 답했으며, 70.4%가 ‘내년 고용을 동결하거나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태명/김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