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하자는 친구의 진심은?…사업전망 나빠 위험분산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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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중계 (8)
정보의 비대칭성과 도덕적 해이 - 박철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정보가 없는 사람은 손해 안보려고 최악상황 가정
상태 좋은 중고차라도 소비자들이 신뢰 안해 가장 나쁜 車값과 비슷해져
정보의 비대칭성과 도덕적 해이 - 박철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정보가 없는 사람은 손해 안보려고 최악상황 가정
상태 좋은 중고차라도 소비자들이 신뢰 안해 가장 나쁜 車값과 비슷해져
“갖고 있는 자동차를 중고차시장에 내놓는다고 합시다. 이 차가 어떤 차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존재할 겁니다. 그런데 이 차가 좋은 차인지 나쁜 차인지는 나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죠. 객관적인 정보를 내가 가장 많이 아는 겁니다. 즉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하는 건 정보 자체가 비대칭이라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분배가 한쪽에 쏠려 있는 것을 말합니다.”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가을학기 여덟 번째 시간. ‘정보의 비대칭성과 도덕적 해이’ 강의를 맡은 박철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쪽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과 상대방이 정보가 적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을 때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각종 경제학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정보의 비대칭 사례는 중고차 거래 외에도 우리 생활 곳곳에서 나타난다. 건강 보험에 가입할 때 내 자신의 건강에 대해 보험회사보다는 내가 더 많이 아는 것이 보통이다. 은행과 대출 거래를 할 때는 내게 돈을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은행보다 내가 더 잘 안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장래에 대해선 그 기업에서 일하는 임직원이 외부인보다 많이 아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을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려면
“도덕적 해이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각종 문제들을 말합니다. 도덕과는 사실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가장 먼저 발견한 분야는 많이들 아시는 대로 보험업계입니다. 재고가 잔뜩 쌓여 있는 업체가 화재보험에 가입하고 나니 행동이 달라지더라는 겁니다. 망해가던 회사가 창고에 불이 나서 재고도 다 떨어내고 보험금까지 받아 살아나는 사례도 나오고요. 화재보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불이 나는 건데, 보험회사는 그 화재가 방화(放火)인지 실수인지 가려낼 수가 없는 겁니다. 경제학의 기본 전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각자 다르다는 겁니다. 남이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려면 인센티브를 줘야 하죠. 화재보험에 가입해서 인센티브가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지게 됩니다.”
도덕적 해이에는 ‘집 수리를 맡긴 인부들이 비가 조금만 와도 일을 하지 않는다’ ‘교수에게 정년을 보장했더니 연구는 하지 않고 강의 내내 농담만 하더라’ ‘경영진이 주주의 의사에 반(反)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등의 예가 있다.
○정보의 비대칭은 좋은 물건을 시장에서 내몰아
“정보의 비대칭은 ‘역(逆)선택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분배돼 있는 상황이라면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항상 최악을 상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죠. 중고차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 상태라면 구매자들은 일단 모든 차가 나쁜 차라고 생각하고 거래에 임합니다. 그러니 좋은 중고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가격이 안 맞아서 못 팔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일어나질 않고 시장의 유동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거래되는 것은 나쁜 차들뿐이고요. 이렇게 최악의 선택과 거래만 발생하는 것을 역선택의 문제라고 합니다.”
등록금이 비싼 한국이나 미국의 많은 대학생은 정부나 민간은행에서 학자금을 융자받아 대학에 다니고, 졸업 후 직장을 잡은 다음 월급에서 일정한 금액을 떼내는 방식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아간다. 월급을 많이 받는 의사나 적게 받는 사회복지사가 매달 갚아야 하는 금액이 똑같은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매달 일정 금액이 아니라 월급의 일정 비율로 갚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부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이 갚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러자 사회복지사처럼 장래 기대 월급이 적은 학생들은 대부분 정부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그러나 미래 소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학생들은 거의 정부 프로그램이 아니라 민간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돈을 적게 내는 사람만 이용하는 이런 역선택의 문제로 인해 정부의 새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은 파산하고 말았다.
○정보의 비대칭을 완화하는 중개인
“국내에도 이것과 비슷한 사업들이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최근까지 운용했던 대출 상품 중에는 1년 뒤에 이자 3%를 갚든지, 이윤의 3%를 내든지를 대출받은 사업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윤의 3%가 이자의 3%보다 적겠다고 예상하는 기업만 이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혹시라도 이윤이 더 나오면 이윤을 축소하는 조작도 할 수 있었죠. 결국 이 대출 상품도 없어졌습니다. 보험회사가 건강보험 상품을 내놓을 때는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이 골고루 가입할 것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픈 사람만 가입하죠. 그렇다고 보험료를 올리면? 진짜로 아픈 사람만 가입합니다. 이렇게 역선택이 일어나면 좋은 상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제 값 받고 팔기 위해 보증서 따위를 첨부하게 됩니다. 거래를 위해 부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것이 이전까지 수요자와 공급자만 있던 경제학의 세계에 중개인의 역할이 등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역할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은행의 임무가 단순히 저축하려는 사람과 돈을 빌리려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한 기업이 상장한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기업 자체보다는 그 기업의 상장 업무를 하는 주관사를 믿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주관사가 없다면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상장 자체가 어려워진다.
○중고차시장의 가격은 나쁜 차의 가치로 수렴
박 교수는 이어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내정자의 남편이자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 미국 UC버클리 교수의 논문에 나오는 중고차시장 분석 사례를 소개했다. 2000만원의 가치가 있는 좋은 차와 100만원 가치의 나쁜 차 등 두 종류의 중고차가 있다. 사람들이 아는 정보는 절반이 좋은 차고 나머지 절반은 나쁜 차라는 것뿐이다.
“시장가가 평균인 1050만원에 형성될까요? 좋은 차 주인은 그 가격에 팔지 않습니다. 나쁜 차 주인은 당연히 팔겠죠. 500만원이어도 마찬가지로 거래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100만원까지 내려가야 거래가 됩니다. 좋은 차가 99대고 나쁜 차가 1대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차는 시장에서 다 떠나고 시장이 문을 닫게 됩니다. 물론 현실에선 차 주인들이 자신의 차 가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거래가 좀 더 자주 일어나긴 합니다.”
○친구와 동업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
A씨는 10억원을 갖고 아파트 투자를 한다. 10억원으로 한 채를 샀는데 1년 뒤 15억원으로 올랐다. 10억원을 투자해 5억원이 남았다. 자기자본 대비 수익률은 50%다.
B씨도 10억원을 갖고 아파트 투자를 한다. 은행에서 10억원을 연 10% 이자로 빌려 두 채를 샀다. 1년 뒤 15억원씩 30억원이 됐다. 은행에서 빌린 돈 11억원을 갚고도 9억원이 남았다. 10억원 투자해 9억원이 남았으니 수익률이 90%다.
반대로 아파트가 10억원에서 8억원으로 내리면 A는 20% 손실을 보지만, B는 손실이 50%가 된다. 이렇게 부채를 차입해 수익률(손실률)을 키우는 것을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 효과’라고 부른다.
“부채가 없을 때와 있을 때 수익률 변동성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여기서 ‘친구와 동업하지 말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사업 전망이 좋으면 자금을 빌리는 것이 레버리지 효과 덕분에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망이 좋지 않으면 동업자를 끌어들여서 자본을 키우는 편이 안전합니다. 즉 동업하자는 친구들은 사업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친구가 돈 빌려달라고 할 때 내가 차라리 동업하자고 한다 칩시다. 친구가 곧바로 ‘OK’라고 하면 상황이 좋지 않은 겁니다. 먼저 동업하자고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결국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친구관계에서 원만한 동업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채무가 많을수록 위험을 선호
아시아 최고 부자인 홍콩의 리카싱 회장이 이끄는 청쿵그룹이 2003년 그룹 보유 부동산을 모두 모아 포천REIT(부동산투자신탁)를 설립해 싱가포르증권시장에 상장했다. 2008년에는 세계 2위 신용카드업체인 마스타카드가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상장을 한다는 건 동업자를 찾는다는 얘기입니다. 청쿵이 부동산을 상장한 건 아시아 부동산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고 본 거겠죠. 마스타카드가 상장한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카드회사가 돈을 잘 버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가나다 주식회사는 보유 중인 1억원 전액을 투자할 사업으로 두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 A사업은 2억원의 수익을 보장한다. B사업은 50% 확률로 3억원을 벌 수 있지만, 50% 확률로 모두 잃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 1억5000만원의 사업이다.
“부채가 없다면 당연히 A사업을 택하겠죠. 부채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부채가 1억2000만원일 때 A를 택하면 남는 건 8000만원입니다. B를 택하면 50% 확률로 1억8000만원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실패해도 회사가 문을 닫을 뿐 주주는 추가 손해가 없습니다. 유한책임이니까요. 결국 기대 수익은 9000만원이 됩니다. 이처럼 부채가 많아지면 주주는 안전한 자산을 위험한 자산으로 대체하는 ‘자산 대체’가 나타납니다. 도덕적 해이의 일종이죠. 채권단이 빚이 많은 회사의 채무를 감경해주는 이유는 이런 자산 대체를 막기 위한 겁니다. 빚을 안 깎아줘서 모두 못 받는 것보다는 일부라도 받는 게 나으니까요.”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가을학기 여덟 번째 시간. ‘정보의 비대칭성과 도덕적 해이’ 강의를 맡은 박철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쪽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과 상대방이 정보가 적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을 때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각종 경제학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정보의 비대칭 사례는 중고차 거래 외에도 우리 생활 곳곳에서 나타난다. 건강 보험에 가입할 때 내 자신의 건강에 대해 보험회사보다는 내가 더 많이 아는 것이 보통이다. 은행과 대출 거래를 할 때는 내게 돈을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은행보다 내가 더 잘 안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장래에 대해선 그 기업에서 일하는 임직원이 외부인보다 많이 아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을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려면
“도덕적 해이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각종 문제들을 말합니다. 도덕과는 사실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가장 먼저 발견한 분야는 많이들 아시는 대로 보험업계입니다. 재고가 잔뜩 쌓여 있는 업체가 화재보험에 가입하고 나니 행동이 달라지더라는 겁니다. 망해가던 회사가 창고에 불이 나서 재고도 다 떨어내고 보험금까지 받아 살아나는 사례도 나오고요. 화재보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불이 나는 건데, 보험회사는 그 화재가 방화(放火)인지 실수인지 가려낼 수가 없는 겁니다. 경제학의 기본 전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각자 다르다는 겁니다. 남이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려면 인센티브를 줘야 하죠. 화재보험에 가입해서 인센티브가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지게 됩니다.”
도덕적 해이에는 ‘집 수리를 맡긴 인부들이 비가 조금만 와도 일을 하지 않는다’ ‘교수에게 정년을 보장했더니 연구는 하지 않고 강의 내내 농담만 하더라’ ‘경영진이 주주의 의사에 반(反)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등의 예가 있다.
○정보의 비대칭은 좋은 물건을 시장에서 내몰아
“정보의 비대칭은 ‘역(逆)선택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분배돼 있는 상황이라면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항상 최악을 상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죠. 중고차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 상태라면 구매자들은 일단 모든 차가 나쁜 차라고 생각하고 거래에 임합니다. 그러니 좋은 중고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가격이 안 맞아서 못 팔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일어나질 않고 시장의 유동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거래되는 것은 나쁜 차들뿐이고요. 이렇게 최악의 선택과 거래만 발생하는 것을 역선택의 문제라고 합니다.”
등록금이 비싼 한국이나 미국의 많은 대학생은 정부나 민간은행에서 학자금을 융자받아 대학에 다니고, 졸업 후 직장을 잡은 다음 월급에서 일정한 금액을 떼내는 방식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아간다. 월급을 많이 받는 의사나 적게 받는 사회복지사가 매달 갚아야 하는 금액이 똑같은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매달 일정 금액이 아니라 월급의 일정 비율로 갚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부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이 갚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러자 사회복지사처럼 장래 기대 월급이 적은 학생들은 대부분 정부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그러나 미래 소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학생들은 거의 정부 프로그램이 아니라 민간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돈을 적게 내는 사람만 이용하는 이런 역선택의 문제로 인해 정부의 새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은 파산하고 말았다.
○정보의 비대칭을 완화하는 중개인
“국내에도 이것과 비슷한 사업들이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최근까지 운용했던 대출 상품 중에는 1년 뒤에 이자 3%를 갚든지, 이윤의 3%를 내든지를 대출받은 사업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윤의 3%가 이자의 3%보다 적겠다고 예상하는 기업만 이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혹시라도 이윤이 더 나오면 이윤을 축소하는 조작도 할 수 있었죠. 결국 이 대출 상품도 없어졌습니다. 보험회사가 건강보험 상품을 내놓을 때는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이 골고루 가입할 것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픈 사람만 가입하죠. 그렇다고 보험료를 올리면? 진짜로 아픈 사람만 가입합니다. 이렇게 역선택이 일어나면 좋은 상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제 값 받고 팔기 위해 보증서 따위를 첨부하게 됩니다. 거래를 위해 부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것이 이전까지 수요자와 공급자만 있던 경제학의 세계에 중개인의 역할이 등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역할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은행의 임무가 단순히 저축하려는 사람과 돈을 빌리려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한 기업이 상장한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기업 자체보다는 그 기업의 상장 업무를 하는 주관사를 믿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주관사가 없다면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상장 자체가 어려워진다.
○중고차시장의 가격은 나쁜 차의 가치로 수렴
박 교수는 이어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내정자의 남편이자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 미국 UC버클리 교수의 논문에 나오는 중고차시장 분석 사례를 소개했다. 2000만원의 가치가 있는 좋은 차와 100만원 가치의 나쁜 차 등 두 종류의 중고차가 있다. 사람들이 아는 정보는 절반이 좋은 차고 나머지 절반은 나쁜 차라는 것뿐이다.
“시장가가 평균인 1050만원에 형성될까요? 좋은 차 주인은 그 가격에 팔지 않습니다. 나쁜 차 주인은 당연히 팔겠죠. 500만원이어도 마찬가지로 거래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100만원까지 내려가야 거래가 됩니다. 좋은 차가 99대고 나쁜 차가 1대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차는 시장에서 다 떠나고 시장이 문을 닫게 됩니다. 물론 현실에선 차 주인들이 자신의 차 가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거래가 좀 더 자주 일어나긴 합니다.”
○친구와 동업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
A씨는 10억원을 갖고 아파트 투자를 한다. 10억원으로 한 채를 샀는데 1년 뒤 15억원으로 올랐다. 10억원을 투자해 5억원이 남았다. 자기자본 대비 수익률은 50%다.
B씨도 10억원을 갖고 아파트 투자를 한다. 은행에서 10억원을 연 10% 이자로 빌려 두 채를 샀다. 1년 뒤 15억원씩 30억원이 됐다. 은행에서 빌린 돈 11억원을 갚고도 9억원이 남았다. 10억원 투자해 9억원이 남았으니 수익률이 90%다.
반대로 아파트가 10억원에서 8억원으로 내리면 A는 20% 손실을 보지만, B는 손실이 50%가 된다. 이렇게 부채를 차입해 수익률(손실률)을 키우는 것을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 효과’라고 부른다.
“부채가 없을 때와 있을 때 수익률 변동성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여기서 ‘친구와 동업하지 말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사업 전망이 좋으면 자금을 빌리는 것이 레버리지 효과 덕분에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망이 좋지 않으면 동업자를 끌어들여서 자본을 키우는 편이 안전합니다. 즉 동업하자는 친구들은 사업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친구가 돈 빌려달라고 할 때 내가 차라리 동업하자고 한다 칩시다. 친구가 곧바로 ‘OK’라고 하면 상황이 좋지 않은 겁니다. 먼저 동업하자고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결국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친구관계에서 원만한 동업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채무가 많을수록 위험을 선호
아시아 최고 부자인 홍콩의 리카싱 회장이 이끄는 청쿵그룹이 2003년 그룹 보유 부동산을 모두 모아 포천REIT(부동산투자신탁)를 설립해 싱가포르증권시장에 상장했다. 2008년에는 세계 2위 신용카드업체인 마스타카드가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상장을 한다는 건 동업자를 찾는다는 얘기입니다. 청쿵이 부동산을 상장한 건 아시아 부동산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고 본 거겠죠. 마스타카드가 상장한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카드회사가 돈을 잘 버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가나다 주식회사는 보유 중인 1억원 전액을 투자할 사업으로 두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 A사업은 2억원의 수익을 보장한다. B사업은 50% 확률로 3억원을 벌 수 있지만, 50% 확률로 모두 잃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 1억5000만원의 사업이다.
“부채가 없다면 당연히 A사업을 택하겠죠. 부채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부채가 1억2000만원일 때 A를 택하면 남는 건 8000만원입니다. B를 택하면 50% 확률로 1억8000만원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실패해도 회사가 문을 닫을 뿐 주주는 추가 손해가 없습니다. 유한책임이니까요. 결국 기대 수익은 9000만원이 됩니다. 이처럼 부채가 많아지면 주주는 안전한 자산을 위험한 자산으로 대체하는 ‘자산 대체’가 나타납니다. 도덕적 해이의 일종이죠. 채권단이 빚이 많은 회사의 채무를 감경해주는 이유는 이런 자산 대체를 막기 위한 겁니다. 빚을 안 깎아줘서 모두 못 받는 것보다는 일부라도 받는 게 나으니까요.”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