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2만弗 뛰어넘을 '킹핀' 찾자"
“한국이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킹핀(king pin)’을 찾아야 합니다.”

재계와 정부가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경제정책위원회는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장관급·사진)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김 실장은 이날 ‘덧셈의 답이 틀리지 않으려면’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개별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선택이 국가 전체의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내부유보금을 쌓는 것이나,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일 수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총수요를 감소시켜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무분별한 복지나 정년연장 요구도 개인의 이익은 극대화할 수 있지만 국가의 재정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1인당 소득이 2007년 이후 7년째 2만달러대에 정체돼 있는 것도 이 같은 모순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도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설 테니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김 실장은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 가운데서도 핵심이 되는 ‘킹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킹핀은 아마존에서 벌목한 나무를 강물에 띄워 하류로 보낼 때 서로 뒤엉켜 머물러 있는 나무들을 움직이게 하는 단 하나의 나무로 문제를 풀기 위한 핵심과제를 뜻한다.

기업인들은 이에 대해 과잉규제 해소와 서비스산업 활성화, 국회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입각한 입법 남발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국회의 과잉입법 움직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일부 참석자는 경직된 노사관계와 통상임금 논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정부의 떠넘기기식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토론회는 당초 예정시간을 30분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재계에서는 경제정책위원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30여명, 전경련에서는 이승철 부회장과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부의 규제완화 의지와 향후 정책추진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경제 현안 외에 한국이 처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격의 없는 토론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인설/전예진 기자 si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