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벤처기업 인큐베이터 ‘프라이머’를 만든 인터넷 창업 1세대인 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왼쪽부터),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장병규 본엔젤스벤처스 대표,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프라이머 제공
초기 벤처기업 인큐베이터 ‘프라이머’를 만든 인터넷 창업 1세대인 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왼쪽부터),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장병규 본엔젤스벤처스 대표,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프라이머 제공
벤처 1세대 '후배 사랑'…첫 성공모델 나왔다
정보기술(IT) 업계 1세대 창업자들이 후배 벤처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만든 초기 벤처투자사 ‘프라이머’에서 첫 ‘엑시트(투자 회수)’ 기업이 탄생했다. 지난달 29일 네이버에 인수된 ‘퀵켓’이다. 국내 최대 모바일 중고장터인 ‘번개장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 기업은 수천만원대의 초기 투자와 수억원대의 후속 투자를 단계적으로 유치해 인터넷 기업에 인수됐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창업 성공 사이클을 제시했다.

이재웅·이택경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검색전문회사 ‘첫눈’을 만든 장병규 본엔젤스벤처스 대표,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등 1세대 벤처 선배들이 나서 초기 기업을 육성하는 ‘풀뿌리 벤처 육성’ 전략이 벤처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풀뿌리 벤처 성공모델 제시

퀵켓이 만든 번개장터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안전하게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이 앱을 통한 월 거래액은 100억원에 달하며 하루에 등록되는 중고 물품 건수는 3만건을 넘어섰다. 앱 다운로드 횟수는 250만회, 회원 수는 150만명가량이다.

네이버에 약 1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인수된 벤처기업이지만 장원귀 대표가 세종대 동기·후배인 장영석 이사, 김현석 이사와 함께 창업할 당시 초기 설립자본금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퀵켓 팀은 컴퓨터 비전 분야 아이템과 중고장터 아이템을 함께 고민하다가 중고장터 개발 쪽에 비중을 두고 창업을 진행해 2010년 10월 첫 서비스를 론칭했다.

퀵켓은 본격적으로 창업하기 전 직접 창업 아이템을 구현해볼 수 있는 단기 프로그램인 ‘스타트업위크엔드’와 멘토링을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는 ‘프라이머 엔턴십’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이후 프라이머에서 5000만원 이하의 증자를 받고 멘토링·육성 그룹인 ‘프라이머 클럽’의 일원이 됐다. 이후 SOQRI, 본엔젤스벤처스에서 3억원 안팎의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3월부터는 해외 진출 가능성까지 인정받아 네이버로부터 인수 의사를 타진받았다. 결국 성공적으로 인수합병(M&A) 협상을 마무리해 지난달 29일 네이버에 지분 51%를 매각했다. 이번 M&A로 프라이머는 초기 투자금액 대비 30배 이상에 달하는 투자가치를 인정받았다.

◆수천만원 투자하는 초기 인큐베이터


벤처 팀을 발굴해 육성하고 수천만원대의 초기 투자를 집행하는 프라이머는 본엔젤스벤처스·케이큐브벤처스 등 초기기업 벤처캐피털(VC)보다 한 단계 앞선 투자사다. 2010년 1월 5명의 1세대 벤처기업인이 합심해 설립했다.

국내 시장에서 인큐베이팅 형식 초기 투자사는 일반 VC와 달리 적은 금액을 쪼개서 다수의 기업에 투자해야 하고, 팀 구성과 사업 아이템 등을 일일이 조언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운영이 쉽지 않다. 이택경 프라이머 공동대표는 “장 대표, 권 대표 등과 국내 벤처 ‘생태계’ 구축에 대해 논의하던 중 아이디어가 구체화됐다”며 “직접 인터넷기업을 창업해 본 선배로서 창업 과정의 다양한 ‘경험’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를 만든 이광석 창업자 등 3명의 파트너가 추가로 합류했다. 이택경 대표는 “이번 성공사례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인큐베이팅 전문회사가 늘어나면 좋겠다”면서도 “벤처기업 육성은 수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벤처기업 육성에 정답은 없지만 낭떠러지가 어느 곳인지 조언해주는 선배 창업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