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중 줄이는 GM…통상임금 탓?
미국 GM 본사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국GM의 유럽 수출이 사실상 끊기게 됐다. 2015년부터 생산량이 감소하면 한국GM은 물론 협력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GM은 연간 15만대가량의 생산 물량(올해 목표치 기준)이 줄어들게 된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의 연간 생산량(15만대)과 맞먹는 규모다. 생산량이 줄어드는 만큼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한국GM은 5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적자를 내던 유럽 사업을 정리하면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럽 시장은 차값을 낮춰 파는 출혈 경쟁이 심한 데다 이익이 많이 남지 않는 준중형 크루즈의 비중이 높아 계속 적자 상태였다”며 “골칫덩이였던 유럽 수출 물량을 떨어내면 수익 구조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2005년부터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 수출했지만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려왔다.

회사 측은 또 내년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어차피 생산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밤샘 근무를 없애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면 현재 21시간인 근무 시간은 17시간(8+9시간)으로 줄어든다.

한국GM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생산량이 지금보다 15~20%가량 감소한다”며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로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GM 노조는 “GM이 한국에서 철수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럽 경기 침체로 오펠과 복스홀의 사업 축소를 검토하던 GM이 이들을 살리는 대신 쉐보레 브랜드 철수를 결정한 것을 보면 앞으로 한국GM의 역할이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GM은 한국 군산공장에서 만들던 크루즈의 후속 모델을 해외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도 내년부터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현재 부평 및 창원공장은 가동률이 100%를 웃돌지만 군산공장은 가동률이 60% 이하로 떨어져 주5일 근무를 하고 있다.

이날 외신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인 IHS 오토모티브는 GM이 2015년 한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을 올해보다 20% 가까이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올해는 80만대를 생산하겠지만 2015년에는 65만대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언 박 IHS 선임 애널리스트는 GM이 소형차 아베오도 해외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점에 비춰 한국 생산 물량이 2015년 이후에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생산 물량이 점점 줄어들면 한국GM이 주요 생산기지로서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한국GM이 강점을 갖고 있는 소형차 연구개발 부문을 제외하면 GM의 글로벌 사업에서 한국의 역할은 계속 축소돼왔다”며 “내년부터 주간연속2교대제가 시행되고 통상임금 문제 등으로 원가 상승 요인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한국 공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