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발리 패키지' 타결] 원스톱 통관시스템 도입…'수출강국' 한국에 GDP 증가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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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조달러 경제부양 효과
FTA 확대 추세 뒤집기는 힘들 듯
FTA 확대 추세 뒤집기는 힘들 듯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협상체인 도하개발아젠다(DDA)가 비록 제한된 분야지만 사상 처음으로 타결에 이른 것은 일단 WTO에 대한 국제적 신뢰의 불씨가 되살아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려 159개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협상체에서 관세 보조금 등의 핵심의제를 일괄 타결짓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합의 가능한 분야의 협상부터 먼저 진행하는 ‘조기수확(early harvest)’ 방식을 택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번 ‘발리 패키지’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통상 패러다임을 거스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만만찮다.
○12년 만에 타결
DDA는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출범했다. WTO 출범 이후 첫 번째 다자간 무역협상으로, 농산물 공산품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출범 당시 WTO 회원국들은 2005년까지 모든 분야에서 협상을 한꺼번에 일괄 타결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도 내비쳤다.
하지만 농산물에 대한 수입국과 수출국의 대립, 공산품 시장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대립 등으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전 세계가 FTA 체결에 열을 올린 것도 DDA 협상의 속도를 더디게 만든 요인이다. 미국(TPP) 중국(RCEP) 등 거대 교역국들이 지역 중심의 다자간 FTA를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힘이 빠져나간 것. WTO 체제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높아져 갔다. ‘WTO가 죽었다’ ‘새로운 다자기구가 탄생해야 한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였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도 “WTO가 2001년 도하 라운드 협상을 시작할 때 농업과 공산품에 서비스까지를 모두 포함한 것이 무리였다”며 “씹기에 너무 많은 음식을 한입에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상이 선진국과 개도국 간 세력 다툼으로 변질돼 지난 12년간 밀고 당기기만 했다는 것이다.
○한국 GDP 8.7% 증가 기대
WTO는 이번 패키지에 무역원활화가 포함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무역 1조달러, 일자리는 200만개 이상 각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앞으로 WTO 회원국들은 한국의 관세청처럼 통관 서류 처리를 한 기관에서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이른바 ‘싱글 윈도’로 한국의 제안으로 협정내용에 포함됐다. 또 위험이 인지됐을 때도 모든 수입 컨테이너가 아닌 일부 컨테이너에 한해 조사하도록 해 물품 통관 시간 등이 줄어들 전망이다. 수입 인지 등을 위해 지급하는 수수료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큰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2011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역원활화 협정이 발효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장기적으로 8.74%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후생과 수출은 각각 8.45%, 11.3%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농업 부문에서는 저율할당관세(TRQ) 방식 개선 의무는 선진국만 지도록 함으로써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은 큰 부담을 안지 않아도 되게 됐다. 오히려 선진국에 대한 농산물 수출이 늘고 있는 한국에는 호재라는 설명이다. 이번 협정은 2015년 7월31일까지 WTO 회원국의 동의 절차를 받게 된다. 회원국 3분의 2 이상이 수락하면 해당 회원국에 한해 협정이 발효된다.
12년 만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지적도 많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일부 선진국들은 여전히 ‘21세기에 걸맞은 협상으로 업그레이드하자’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정내용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 도하개발아젠다
DDA. Doha Development Agenda.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출범한 WTO 사상 첫 다자간 무역협상.
조미현/박병종 기자 mwise@hankyung.com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번 ‘발리 패키지’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통상 패러다임을 거스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만만찮다.
○12년 만에 타결
DDA는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출범했다. WTO 출범 이후 첫 번째 다자간 무역협상으로, 농산물 공산품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출범 당시 WTO 회원국들은 2005년까지 모든 분야에서 협상을 한꺼번에 일괄 타결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도 내비쳤다.
하지만 농산물에 대한 수입국과 수출국의 대립, 공산품 시장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대립 등으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전 세계가 FTA 체결에 열을 올린 것도 DDA 협상의 속도를 더디게 만든 요인이다. 미국(TPP) 중국(RCEP) 등 거대 교역국들이 지역 중심의 다자간 FTA를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힘이 빠져나간 것. WTO 체제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높아져 갔다. ‘WTO가 죽었다’ ‘새로운 다자기구가 탄생해야 한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였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도 “WTO가 2001년 도하 라운드 협상을 시작할 때 농업과 공산품에 서비스까지를 모두 포함한 것이 무리였다”며 “씹기에 너무 많은 음식을 한입에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상이 선진국과 개도국 간 세력 다툼으로 변질돼 지난 12년간 밀고 당기기만 했다는 것이다.
○한국 GDP 8.7% 증가 기대
WTO는 이번 패키지에 무역원활화가 포함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무역 1조달러, 일자리는 200만개 이상 각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앞으로 WTO 회원국들은 한국의 관세청처럼 통관 서류 처리를 한 기관에서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이른바 ‘싱글 윈도’로 한국의 제안으로 협정내용에 포함됐다. 또 위험이 인지됐을 때도 모든 수입 컨테이너가 아닌 일부 컨테이너에 한해 조사하도록 해 물품 통관 시간 등이 줄어들 전망이다. 수입 인지 등을 위해 지급하는 수수료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큰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2011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역원활화 협정이 발효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장기적으로 8.74%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후생과 수출은 각각 8.45%, 11.3%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농업 부문에서는 저율할당관세(TRQ) 방식 개선 의무는 선진국만 지도록 함으로써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은 큰 부담을 안지 않아도 되게 됐다. 오히려 선진국에 대한 농산물 수출이 늘고 있는 한국에는 호재라는 설명이다. 이번 협정은 2015년 7월31일까지 WTO 회원국의 동의 절차를 받게 된다. 회원국 3분의 2 이상이 수락하면 해당 회원국에 한해 협정이 발효된다.
12년 만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지적도 많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일부 선진국들은 여전히 ‘21세기에 걸맞은 협상으로 업그레이드하자’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정내용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 도하개발아젠다
DDA. Doha Development Agenda.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출범한 WTO 사상 첫 다자간 무역협상.
조미현/박병종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