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그동안 '안전 피난처'로 각광받아온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가 상승과 기업실적 부진, 원화 강세 등을 이유로 꼽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 증시에서 5개월 만에 매도세로 돌아선 외국인은 지난 달 3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FT는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반등하고 있는 일본 증시와 개혁 기대로 살아난 중국 증시처럼 한국 증시에도 새로운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한달간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9.31% 3.68%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0.73% 올랐다.

아제이 카푸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 아시아주식 수석전략가는 9일 내년 한국 증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한국의 거시경제 상황은 좋지만 실적 성장이 문제"라며 "3분기 기업 실적이 실망스럽고 국내 시장 유동성이 빡빡해 투자 열정이 식었다"고 밝혔다.

FT는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 전망과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적 교착상태도 악재라고 지적했다. 지난 6개월간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6%, 엔화 대비 약 8% 절상됐다.

헤랄트 판 데르 린더 HSBC 아시아 주식전략 책임자는 "한국 증시가 주가 수준이 낮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로 비중을 줄였던 몇 달 전보다 덜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가 수준이 평균 영역으로 진입해 더는 한국 주가가 싸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 시장이 곧 살아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도 있다. FT는 "수출이 중심이 되고 세계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경제 특성상 한국 증시가 금방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의견을 전했다.

이어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올해 중반과 같이 투자자들이 다시 한국 증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이 6.6배, 기아차의 PER은 5.5배에 그치는 등 여전히 저평가된 종목들도 언급했다.

카푸르 BofA 수석전략가는 "이제 미국 경제의 제조업 중심 회복은 한국의 수출 증대와 연관성이 약해졌다" 며 "한국 증시 낙관론을 '1990년 대식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