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날개 단 美 석유화학社의 '역습'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다른 나라 석유화학기업의 실적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값싼 천연가스를 무기로 미국 석유화학기업의 수출이 늘면서 이들과 경쟁하는 기업의 실적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부 석유화학기업 영업이익도 최대 20%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화학협회는 미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출량이 앞으로 5년간 연평균 45%씩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2011년만 해도 관련 산업에서 순수입국이던 미국은 2012년 순수출국으로 전환, 올해는 27억달러의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할 것으로 추산됐다. 2018년에는 수출액이 3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석유화학기업들의 대대적인 미국 내 생산시설 증설 때문이다. 미국화학협회는 136개 신규 생산시설에 910억달러가 투자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엑슨모빌, 다우케미컬과 같은 미국 기업은 물론 사빅(사우디아라비아), 포모사플라스틱(대만) 등 외국 업체들도 앞다퉈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이는 셰일가스 생산으로 미국 내 화학제품 생산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셰일가스 생산으로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유럽연합(EU)보다 비쌌던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EU 대비 3분의 1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에틸렌의 원료가 되는 에탄값도 2011년 3.8L당 91센트에서 최근 26센트까지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셰일가스 생산으로 미국은 중동을 제외하고 화학제품 생산 원가가 가장 싼 국가가 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수출 물량이 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석유화학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충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설비증가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비닐 포장재의 원료가 되는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2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대한유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FT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유럽 기업들이 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 생산에 집중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내 화학생산시설 증설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6일 글로벌 에너지회사 셸이 200억달러 규모의 공장 신설 계획을 취소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연구원은 “생산시설 신설이 늘면서 건축비가 오르고 있다”며 “화학공장은 한번 완공하면 30년 이상 가동해야 하는데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