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 '우수수' 진 별…재취업 챙기는 기업들
“재취업을 하기 위해 이력서를 냈더니 연락 오는 곳은 보험회사와 다단계 업체밖에 없네요.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퇴임시킨 회사를 마냥 탓할 수만도 없고요.”(25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임한 한 대기업 퇴직 임원)

삼성과 LG 등 정기 임원 인사를 마무리한 대기업들이 퇴직 임원 관리에 들어갔다. 별을 단 새내기 임원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수십년 동안 회사를 위해 일해온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서도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해서다.

상당수 기업들은 퇴직 임원들이 마음을 잘 추스르도록 심리 상담을 해주고 재취업과 노후 설계를 도와준다. 부장급 이하 퇴직 직원들에겐 학원식 단체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퇴직 임원들에게는 대체로 1 대 1 맞춤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족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부동반 교육도 확산되는 추세다.

○속전속결 삼성, 속도조절 LG

퇴직 임원용 AS를 시작하는 시기는 기업별로 다르다. 퇴직 통보와 동시에 재취업 지원에 나서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퇴직 통보 후 약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서비스하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는 퇴임 임원에 대한 AS를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대표적 회사다. 지난 5일 임원 승진자와 퇴직자 명단을 발표한 뒤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도 바빠졌다. 2011년 서울, 경기 수원과 기흥, 경북 구미 등 4개 주요 사업장에 마련한 이 곳은 퇴직 임원들을 위한 ‘풀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육은 1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주 2회 강연으로 전직 지원과 노후 설계를 도와준다. 일에만 매달리면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절세 방법과 생애재무설계법도 알려준다. 1개월 교육이 끝나면 대부분 협력사나 대학 등에 재취업한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교육 기간이 끝나더라도 지속적으로 1 대 1 상담서비스를 제공해 새 출발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속전속결식 직접 교육이 삼성식이라면, LG는 속도조절형 위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27일 승진 인사와 함께 일부 임원들에게 퇴직을 통보했지만 한 달 이상 여유기간을 줬다. 연말까지 자율적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1개월의 유예기간 중 전직할 곳을 정했더라도 퇴직 임원이 원하면 내년 1월부터 6개월 동안 ‘아웃 플레이스먼트’(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퇴임 임원의 70%가량이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다. 신청자들은 회사가 정한 두 곳 안팍의 전문 컨설팅 업체 중 개인별로 마음에 드는 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 사무실과 비서뿐 아니라 골프 라운딩을 하거나 부부동반으로 문화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재취업 교육 전후로 퇴직 임원의 80%가 자리를 잡는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부부동반 교육


퇴직자 부부를 대상으로 교육 과정을 마련한 곳은 포스코다. 2009년 재취업 교육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줄이면서 퇴직자의 배우자도 함께 교육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퇴직 2개월 전까지 우선 떠나는 직원들만 대상으로 재취업과 창업 교육을 하고, 퇴직일을 전후로 부부 워크숍을 실시한다. 일반적으로 1박2일간 부부 전문워크숍을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심리 상담을 해준다. 1박2일 동안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재테크 방법과 노후 건강관리법 교육을 실시하고 퇴직 후에도 원만한 부부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중소기업협력센터는 변변한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이 없는 기업들을 위해 재취업 알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을 통해 40여명의 퇴직 임원들이 대학 초빙교수 등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인설/윤정현/김대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