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침내 공공기관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게 된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부채관리가 부진한 기관장은 임기에 상관없이 엄중 문책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노조 등은 벌써부터 곳곳에서 저항할 태세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의 심각성에 주목했다는 점은 일단 평가하고 싶다. 사실 공공기관 부채는 이 정부 들어 국가채무에 공공기관까지 포함하면서 이미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남유럽 국가들의 채무를 탓할 것도 없이 당장 우리 코가 석 자임을 정부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전체 295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말 부채가 493조4000억원으로 국가채무보다 훨씬 많은데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갚기도 벅찬 곳이 수두룩하니 더는 숨기려야 숨길 수도 없게 됐다.

문제는 실효성 있는 해법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정보 공개를 대폭 확대하고 부채비율을 통제하는 등의 방안을 내놨다. 그중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2개 대형 공공기관을 중점관리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사실 이들 12개 대형 공공기관 부채가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83.6%에 달할 정도다. 부채해결의 성패가 이들에 달린 셈이다. 하지만 이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부채를 감축할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부채의 상당부분이 정부 정책사업과 무관하지 않은 것도 근본 요인이다. 12개 기관에서 지난 5년간 늘어난 금융부채 167조원 중 78.5%가 정부의 국책사업이었던 보금자리, 해외자원개발, 4대강 등 10개 사업에서 비롯됐다. 정부야말로 공공기관의 부채를 증가시켜온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런 구조가 해소되지 않으면 부채감축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

사실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하다. 지금이라도 공공기관 사업에서 도려내야 할 것은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민영화도 적극 검토해야 마땅하다. 공공기관인 동안은 정부의 압력과 강제 아래 어쩔 수 없이 끌려가기 마련이다. 민영화야말로 공공기관 부채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