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 계열 4개사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서 파인스트리트그룹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지주는 차순위로 가격을 제안했지만 파인스트리트와의 가격 차가 크지 않아 자금조달 능력 등 비가격 요소를 감안하면 이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투자증권 계열 4사 본입찰 3곳 참여…농협·파인스트리트 2파전

○파인스트리트 최고가 써내

우리금융은 16일 우투증권을 비롯해 우리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4개사를 묶어 팔기 위한 본입찰을 마감했다. 예상대로 KB금융과 농협금융, 파인스트리트 3곳이 도전장을 냈다.

우투증권 계열 패키지 인수에 응찰한 인수 후보들은 당초 예상보다 낮은 가격을 제안했다. 파인스트리트가 최고 가격인 1조2000억원 이상을, 농협금융은 파인스트리트보다 수백억원가량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파인스트리트의 경우 사모펀드(PEF)인 데다 자금조달 불확실성이 커 정성적 평가에서 농협금융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KB금융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1조원 초반대 가격을 제안해 실질적인 경쟁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다.

그동안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투증권 등 4개사의 가격을 1조4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인수 후보들이 써낸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낮다.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 등의 부실에 따른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이 높은 탓으로 분석된다. 우투증권 자체 가격은 1조1000억~1조2000억원대로 추산되지만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실제 가치가 마이너스 상태인 것으로 판단한 후보들이 있다는 후문이다.

동양증권이 매물로 나온 데다 앞으로 현대증권과 대우증권까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점도 우투증권 계열의 몸값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 우투증권 계열 본입찰에 참여한 KB금융은 동양증권 인수도 함께 검토 중이다.

○우리자산운용 별도 매각 가능성

우리금융은 오는 20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우투증권 패키지의 새 주인을 최종 결정한다. 다만 우리금융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당초 예상했던 1조4000억원에 못 미치는 인수 가격이 제시되면서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나리오는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우리금융이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우투증권 계열 4개사를 매각할 수도 있지만 헐값이라고 판단할 경우 우리금융은 ‘밑지고 팔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패키지 매각을 보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재협상이 불가피하다. 비교적 좋은 가격이 제시된 우투증권만을 개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우리자산운용에 대해선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키움증권이 입찰해 개별 매각을 위한 유효경쟁이 성립됐다. 개별 인수 희망자가 제시한 가격과 패키지 인수 희망자가 제시한 가격을 비교해 미래에셋이나 키움이 더 높은 가격을 썼으면 우리자산운용을 가져갈 수 있다.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은 부실 논란 등으로 낮은 가격이 제시돼 개별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장창민/좌동욱/박신영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