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사장(왼쪽)이 임원 부부 동반 송년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에쓰오일 제공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사장(왼쪽)이 임원 부부 동반 송년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에쓰오일 제공
지난 26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 연회장. 울긋불긋한 한복으로 멋을 낸 100여명의 중년 커플 앞에 한 외국인이 일어나 인사했다. ‘나세일(羅世壹)’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 그는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사장.

마하셔 사장은 “친애하는 임원들, 우아하고 아름답게 한복을 차려입고 참석해주신 배우자들께 감사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에쓰오일은 마하셔 사장의 제안으로 임원들의 부부 동반 송년회를 한복 차림으로 열었다. 연중무휴로 공장을 가동하는 점을 고려해 장소도 울산공장에서 가까운 해운대로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마하셔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유별난 한국 사랑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한복에 관심을 보인 그에게 주변에서 활동이 편한 생활한복을 권하자 그는 “기왕이면 전통한복을 입고 싶다”며 검은색 두루마기와 빨간 마고자를 맞췄다. 전임자가 탔던 일본 승용차는 현대차 에쿠스로 바꿨고, 스마트폰도 애플 아이폰에서 삼성전자 갤럭시로 교체했다. 올해 초 시무식을 비롯한 여러 대내외 행사에도 한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나세르와 발음이 비슷한 한국 이름 나세일은 ‘세상을 아우르는 원만한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상하 신뢰를 얻어 세계 일등 기업을 만들자’란 의미를 담았다.

이날 송년회에서 마하셔 사장은 새해가 갑오년 청말띠라고 소개하며 “꿈에서 말을 타면 귀한 협조자를 얻거나 높은 지위에 오른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다”며 “새해는 에쓰오일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 성공적인 첫걸음을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송년회에 초청된 국악인 남상일 씨가 흥부가를 열창하자 즉석에서 배운 솜씨로 ‘얼씨구’ ‘잘한다’ 같은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남씨는 “한국 기업들도 임원 부부 100여명이 한복을 입고 모이는 행사가 드문데 외국계 회사인 에쓰오일이 이런 송년회를 마련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