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진 기자 ] "기존 설문조사는 통상 천억 단위의 매출을 올린 기업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죠. 그러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같은 설문조사를 30~40% 가량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습니다. 기간도 한 달에서 하루 반나절로 크게 단축되고요. 벌써부터 주요 고객사들이 새로운 방식의 모바일 설문조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스타⑩]모바일 설문조사 기업 아이디인큐, 리서치 업계 포드 '모델 T'를 꿈꾼다
모바일 설문조사 서비스 '오픈서베이'를 만든 김동호 아이디인큐 대표이사는 이렇게 이고무적인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아이디인큐는 2011년 2월 설립한 후 채 3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리서치 업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모바일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시간 단축과 비용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 현대자동차, 3M, 현대카드,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유명 기업들도 최근 아이디인큐의 '오픈서베이'를 선호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보한 총 500개 고객사 가운데 올해에만 300곳을 신규로 확보했다. 모바일 설문조사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 스마트폰 앱으로 설문조사…시간·비용 단축

"기존 설문조사 기업들은 주로 수작업에 의해서 자료를 분석하고, 리포트를 만듭니다. 때문에 오프라인 대면 설문조사의 경우 응답 수집까지 30일, 온라인은 3주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오픈서베이'는 3시간이면 완료됩니다. 과거 데이터가 아닌 최신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죠"

'오픈서베이'는 김 대표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2010년 김 대표는 곰플레이어로 유명한 그레텍 신사업기획팀에서 일을 했다. 당시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과 연관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설문조사 또한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아이폰과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 1000여명에게 약 15개 문항을 설문조사 하려고 했습니다. 비용 3000만원이 필요하더군요. 설문조사부터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겁니다.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게 지금의 오픈서베이입니다"

김 대표는 2011년 2월 창업을 결심하고 일주일 만에 법인 설립부터 했다. KAIST 부설 과학영재고등학교 동창생 2명과 의기투합, 설문조사 결과에서 바로 통계를 뽑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체 설문조사 프로세스 5단계 중 3단계를 자동화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스타트업! 스타⑩]모바일 설문조사 기업 아이디인큐, 리서치 업계 포드 '모델 T'를 꿈꾼다
설문조사는 10대부터 60대까지 약 28만명의 패널들을 대상으로 즉각 이뤄진다. 아이디인큐는 오픈서베이 앱을 다운로드 한 이용자들을 주요 패널로 삼고 있다. 패널들은 설문조사에 응할 경우 그에 따른 참여 금액을 지급받는다. 때문에 패널들이 3시간 내 설문조사에 응하는 비율이 80%에 달한다.

◆ 현대카드·3M도 고객…"설문조사 대중화 이끌겠다"

김 대표는 오픈서베이가 전통적인 설문조사에 비해 약 75%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본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니 새로운 고객 또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그는 오픈서베이가 '포드 모델 T'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포드 자동차에서 '모델 T'를 만들기 전에는 미국 자동차 수가 백만장자 수보다 늘어날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포드 '모델 T'가 나오면서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죠. 이미 잠재수요는 충분했지만 그에 뒷받침되는 공급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결국 원가 구조의 혁신이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오픈서베이의 경우 현재 확보하고 있는 고객사 500곳 중 150곳이 기존에 설문조사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기업들입니다. 기존 설문조사 시장에서 주요 고객사 수는 1000곳이 넘지 않았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일반 기업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에도 설문조사를 맘놓고 할 수 없었습니다. 오픈서베이는 설문조사에 새 지평을 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김 대표는 오픈서베이를 운영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수요도 발견했다. 기존 대기업들 또한 설문조사를 맘껏하지 못했던 것. 3M과 현대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3M의 경우 기존 3개 부서만 유명 설문조사 기업에 의뢰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비용으로 18개 부서가 오픈서베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카드도 오픈서베이 기업계정을 만들어 수시로 이용하고 있고요. 대기업이라도 부서 마다 자금사정이 다른데, 자금이 부족한 부서도 이제 설문조사를 맘놓고 활용할 수 있게 된겁니다"

◆ "2015년, 한국 리서치 시장 이끌 것"
김 대표는 앞으로도 핵심 경쟁력이 '기술'에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방침이다.

"현재 약 30명의 직원 중 절반이 기술 인력입니다. 좋은 설문지를 설계하는 일은 물론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오픈서베이가 가격 경쟁력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원가 구조를 계속적으로 낮출 계획입니다"

설문조사 또한 전략적으로 소비자 조사에 초점을 맞췄다. 여론조사는 전체 설문조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에 불과한데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약 70%로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에서다.

다만 내년에는 한 지상파 방송사와 피플미터 방식이 아닌 'N스크린'(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단말기를 통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감상하는 것)을 파악하는 방식의 시청률 조사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아이디인큐는 이러한 성장성을 인정 받아 지난 6월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로부터 각각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오픈서베이를 런칭한 직후에는 조용범 페이스북 한국지사장과 신현성 티켓몬스터 창업자로부터 엔젤 투자를 받았다.

김 대표는 "올해 오픈서베이가 수행한 프로젝트는 총 1200건이고, 대표적인 시장조사 기업 닐슨은 1500건이었다"며 "현재 같은 성장속도라면 2015년에는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서치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