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만금은 공사 중 >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새만금산업단지 2공구 매립지 내 열병합발전소 부지에서 연약한 지반을 보강하기 위해 땅속 45m까지 박은 강철기둥을 점검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 새만금은 공사 중 >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새만금산업단지 2공구 매립지 내 열병합발전소 부지에서 연약한 지반을 보강하기 위해 땅속 45m까지 박은 강철기둥을 점검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썰렁한 새만금…여의도 크기 부지에 외국기업 달랑 2곳 유치
‘땅~땅~땅.’

지난해 말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새만금 북로를 끼고 있는 새만금산업단지 2공구 한쪽 OCI SE의 열병합발전소 부지 조성 현장. 길이 45m, 지름 600㎜짜리 파일(강철 기둥)을 매립지 땅속으로 때려 박는 항타기 소리가 차가운 겨울 공기를 갈랐다. 발전소를 짓기 전 다음달 말까지 16만2000㎡ 부지에 3400개 파일을 촘촘히 박아 연약한 매립 지반을 보강하는 단지 내 첫 공사다. 시공사 두산중공업의 위일복 토목부장은 “지난 11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매일 12~13개씩 파일을 박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에 전기와 난방을 공급할 기반시설인 열병합발전소 부지 기초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새만금산업단지에 공장이 빼곡히 들어서 가동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얘기였다.

◆9개 공구 중 2개만 매립 완료

썰렁한 새만금…여의도 크기 부지에 외국기업 달랑 2곳 유치
새만금산업단지는 새만금관광단지, 고군산군도 복합해양리조트와 함께 3대 새만금사업의 하나다. 2011년 3월 수립된 정부의 새만금 개발 종합계획에 따라 확정됐다. 산업단지로 지정된 바다 매립이 완료되면 서울 여의도 면적 네 배 크기(1870만㎡)의 대단위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총 3만6000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속도다.

총 2조6000억원을 투입해 바다 매립-공장 부지 조성-분양·임대를 담당하고 있는 사업시행자는 농어촌공사다. 주거·상업용 9공구를 제외한 1~8공구를 공장 부지로 만들 계획이지만 매립이 끝난 곳은 1공구(189만㎡)와 2공구(255만㎡)뿐이다. 2공구는 물막이둑 설계가 번복되는 바람에 매립이 지연되기도 했다.

3~8공구는 바다 그대로였다. 황의석 농어촌공사 새만금산업단지조성팀 차장은 “5, 6공구는 매립 공사를 맡길 업체를 검토 중이고 7, 8공구는 매립을 위한 설계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3, 4공구는 5, 6공구가 끝나면 매립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18년까지 모든 공구를 매립 완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국기업 투자 유치 2건 불과

매립 완료 시점을 당초 목표보다 2년 앞당기긴 했지만 더딘 매립 속도는 투자 유치를 지연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들은 부지가 조성된 뒤 전기, 난방, 상하수도를 포함한 기반시설까지 갖춰져야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지난해에만 600여건에 이르는 기업 관계자의 새만금 현장 방문과 투자 문의가 있었으나 투자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극히 드물었다.

지금까지 여의도 면적 크기(445만㎡)의 1, 2공구 매립지에 투자 의사를 밝힌 곳은 외국 기업 2개를 포함해 모두 27개. 1공구에 입주 계약한 기업이라고는 국내 태양광 패널 소재업체로 잘 알려진 OCI(분양면적 57만5000㎡, 분양가격 860억원)가 전부다.

2공구는 이보다 낫다. OCI의 에너지 자회사인 OCI SE가 열병합발전소 부지를 분양(총 340억원)받은 데 이어 일본 화학소재업체 도레이가 21만5000㎡, 벨기에 화학업체 솔베이실리카가 7만㎡ 공장 부지를 임대하기로 했다. 도레이는 259억원에 50년간 임대한다는 조건으로 조만간 최종 입주 계약을 할 예정이다. 임대 양해각서(MOU)만 맺은 솔베이실리카는 임대 가격이 확정되지 않았다. 도레이와 솔베이실리카는 최종 계약이 되면 앞으로 각각 3000억원, 1200억원을 새만금 공장에 투자할 예정이다.

◆중구난방식 전략으로 헛발질

새만금개발청은 공구별로 매립이 끝나는 대로 각각 2~3년 내 투자 유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공구 중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로 한 부지는 최대 200만㎡. 도레이와 솔베이실리카 부지를 빼면 171만5000㎡에 외국 기업을 더 유치해야 한다.

그러나 투자 유치를 총괄하는 새만금개발청이 설립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그동안 전북도, 새만금경제자유구역청, 국무총리실이 각각 유치에 나서다 보니 중구난방이었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법인세 감면 등 평면적인 투자 인센티브 외에 입체적 유치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도레이는 새만금산업단지 인근의 군산산업단지에 있는 백광산업으로부터 기초원료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받은 뒤에야 투자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외국 기업들이 주로 투자수익성, 인센티브를 따지지만 인력 확보 여건 등 산업단지 주변의 고용 인프라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 역시 다각적인 유치 전략이 절실한 이유다.

고희성 새만금개발청 투자유치 담당 총괄과장은 “새만금산업단지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검토하던 세계 유수의 정보기술(IT) 업체는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고급 엔지니어링 인력을 채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투자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새만금=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