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해외투자 1374억弗…외국인투자는 고작 225억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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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저성장 - 3만달러 넘어 4만달러로
(2) 최하위로 추락한 외국인 투자
포천 500대 기업중 韓 진출 274곳 불과
규제 지수는 최고 수준…저성장 고착화
(2) 최하위로 추락한 외국인 투자
포천 500대 기업중 韓 진출 274곳 불과
규제 지수는 최고 수준…저성장 고착화
“역사가 증명하듯 미국에 돈을 걸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지난해 10월 말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 회의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200여명의 해외투자자와 최고경영자(CEO)에게 강조했다. 60여개국에서 온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의 주요 장관도 총출동했다. 이날 열린 ‘선택 미국 2013 투자 서밋(Select USA 2013 Investment Summit)’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연 대규모 투자설명회였다.
◆투자 부진은 저성장의 전주곡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투자처, 미국이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은 어떨까. 그야말로 한겨울이다. 국내 투자가 위축될 대로 위축된 상황에서 외국 기업마저 속속 고개를 젓고 있다. 강한 규제, 경제민주화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기업활동에 친절하지 않은 인프라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국민소득 4만달러의 발판이 돼야 할 투자는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투자 침체는 저성장의 전조였다. 1970~1980년대만 해도 설비투자 증가율은 매년 10~20%를 기록하며 고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0년대 3%대로 잦아들면서 성장잠재력은 급속히 훼손되기 시작했다.
설비 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1970년대 평균 2.2%포인트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0~2012년 평균 0.3%포인트에 머물고 있다. 설비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외환위기 직전 13.1%에 달했다가 2012년 9.7%까지 낮아졌다.
◆한국만 비켜 가는 외국인투자
기업들은 각종 규제와 높은 생산비용 등을 들어 ‘투자 여건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국경을 넘는 기업은 갈수록 늘고 있다. 기업 등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는 급증한 반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증가세가 더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5년만 해도 기업 등 해외 직접투자 순액(투자금액에서 회수금액을 뺀 것)과 외국인직접투자 순액이 63억달러로 거의 일치했다. 빠져나간 만큼 투자가 들어와 균형을 이뤘다는 의미다. 하지만 2012년 해외 직접투자는 3.8배인 245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를 포함해 2006년 이후 7년간 해외로 나간 투자금액은 1374억달러에 이른다.
반면 한국이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 순액은 2012년 56억달러로 2005년보다 10.7% 줄었다. 이에 따라 직접투자는 유출액이 유입액의 네 배 이상인 만성적인 순유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년간 총 1149억달러가 순유출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투자 유출로 인해 잃어버린 제조업 고용 기회는 66만개에 이른다. 오바마 대통령이 해외로 나간 일자리를 가져오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제규모를 감안한 한국의 투자유치 실적은 최하위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FDI 잔액 비중(2012년)은 OECD 34개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하고 꼴찌다. 2002년 30위에서 더 내려갔다. 전 세계 FDI 잔액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몫은 0.65%에 불과하다. 한국 GDP가 세계 경제에서 1.56%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처참한 현주소다.
◆3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안충영 KOTRA 외국인투자옴부즈만은 “포천 500대 기업 중 한국에 진출한 기업은 274개”라며 “법, 규제, 제도 등에서 예측 가능한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야 투자가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OECD가 규제와 인허가 행정 등을 평가한 FDI규제지수는 한국(0.143)이 미국(0.089) 독일(0.023) 등보다 크게 높다.
한국이 지금처럼 투자환경 개선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글로벌 투자유치 전쟁에서 영영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주요 국가들이 법인세 인하와 각종 투자 혜택을 내걸고 FDI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노동비용 때문에 불리한 처지였던 선진국들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3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제조업의 디지털화 덕분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3D프린터와 로봇, 소셜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적은 인력으로도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도 외국기업 유치 전략을 더욱 공격적으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지난해 10월 말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 회의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200여명의 해외투자자와 최고경영자(CEO)에게 강조했다. 60여개국에서 온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의 주요 장관도 총출동했다. 이날 열린 ‘선택 미국 2013 투자 서밋(Select USA 2013 Investment Summit)’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연 대규모 투자설명회였다.
◆투자 부진은 저성장의 전주곡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투자처, 미국이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은 어떨까. 그야말로 한겨울이다. 국내 투자가 위축될 대로 위축된 상황에서 외국 기업마저 속속 고개를 젓고 있다. 강한 규제, 경제민주화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기업활동에 친절하지 않은 인프라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국민소득 4만달러의 발판이 돼야 할 투자는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투자 침체는 저성장의 전조였다. 1970~1980년대만 해도 설비투자 증가율은 매년 10~20%를 기록하며 고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0년대 3%대로 잦아들면서 성장잠재력은 급속히 훼손되기 시작했다.
설비 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1970년대 평균 2.2%포인트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0~2012년 평균 0.3%포인트에 머물고 있다. 설비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외환위기 직전 13.1%에 달했다가 2012년 9.7%까지 낮아졌다.
◆한국만 비켜 가는 외국인투자
기업들은 각종 규제와 높은 생산비용 등을 들어 ‘투자 여건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국경을 넘는 기업은 갈수록 늘고 있다. 기업 등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는 급증한 반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증가세가 더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5년만 해도 기업 등 해외 직접투자 순액(투자금액에서 회수금액을 뺀 것)과 외국인직접투자 순액이 63억달러로 거의 일치했다. 빠져나간 만큼 투자가 들어와 균형을 이뤘다는 의미다. 하지만 2012년 해외 직접투자는 3.8배인 245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를 포함해 2006년 이후 7년간 해외로 나간 투자금액은 1374억달러에 이른다.
반면 한국이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 순액은 2012년 56억달러로 2005년보다 10.7% 줄었다. 이에 따라 직접투자는 유출액이 유입액의 네 배 이상인 만성적인 순유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년간 총 1149억달러가 순유출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투자 유출로 인해 잃어버린 제조업 고용 기회는 66만개에 이른다. 오바마 대통령이 해외로 나간 일자리를 가져오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제규모를 감안한 한국의 투자유치 실적은 최하위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FDI 잔액 비중(2012년)은 OECD 34개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하고 꼴찌다. 2002년 30위에서 더 내려갔다. 전 세계 FDI 잔액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몫은 0.65%에 불과하다. 한국 GDP가 세계 경제에서 1.56%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처참한 현주소다.
◆3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안충영 KOTRA 외국인투자옴부즈만은 “포천 500대 기업 중 한국에 진출한 기업은 274개”라며 “법, 규제, 제도 등에서 예측 가능한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야 투자가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OECD가 규제와 인허가 행정 등을 평가한 FDI규제지수는 한국(0.143)이 미국(0.089) 독일(0.023) 등보다 크게 높다.
한국이 지금처럼 투자환경 개선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글로벌 투자유치 전쟁에서 영영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주요 국가들이 법인세 인하와 각종 투자 혜택을 내걸고 FDI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노동비용 때문에 불리한 처지였던 선진국들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3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제조업의 디지털화 덕분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3D프린터와 로봇, 소셜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적은 인력으로도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도 외국기업 유치 전략을 더욱 공격적으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