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회사가 의료기기…DVD 대여점이 드라마 만드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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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경영노트 - 임지아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limjeeah@lgeri.com >
불확실성은 위기이자 기회…핵심사업 아닌 핵심역량에 집중
후지·넷플릭스 영역확대로 성장
불확실성은 위기이자 기회…핵심사업 아닌 핵심역량에 집중
후지·넷플릭스 영역확대로 성장
“바람은 촛불 하나는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안티프래질(Antifragile)’은 ‘블랙스완’으로 잘 알려진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가 만들어낸 신조어이자 저서 이름이다. ‘깨지기 쉬운’을 의미하는 프래질(fragile)에 ‘반대’라는 뜻의 안티(anti)를 붙여 만들어낸 단어다. 불확실성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는 의미다. 나아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불확실성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탈레브는 안티프래질을 통해 기업들에 불확실성을 길들이며 강해지라고 조언한다. 바람을 받아 흔들리는 촛불이 아니라 더욱 강하게 살아나는 모닥불이 되라는 것이다.
필름업체였던 후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화’라는 변수 앞에서 무너진 코닥과 달리 후지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 기회를 마련했다. 후지는 주력 부문이었던 필름 부문을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80년간 필름을 제작하며 쌓아온 기술로 의료기기, 의약품부터 광학렌즈와 액정표시장치(LCD)용 필름 시장까지 진출했다.
가장 놀라운 변신은 화장품 산업에서 나왔다. 후지는 콜라겐, 항산화 기술 등이 필름과 화장품에 비슷하게 쓰인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리고 ‘80년 기술력의 후지필름이 만든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를 밀고 나갔다. 후지는 필름이라는 ‘핵심사업’이 아닌 기술이라는 ‘핵심역량’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선도기업이란 주어진 경영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적응한 기업이다. 그러나 환경이 변하면 그 강점은 약점이 돼버린다. 넷플릭스는 선도기업의 약점을 공격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 사례다. 넷플릭스의 사업모델은 온라인으로 DVD 대여 신청을 받은 뒤 우편으로 배달해주는 것. 고객의 DVD 반납이 늦어졌을 때 연체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고객이 먼저 빌린 DVD가 회사에 도착해야 다른 DVD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고객들의 빠른 반납을 유도했다.
재고비용 때문에 인기작품 위주로 대여하는 오프라인 업체와 달리 넷플릭스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갖췄다. 오프라인의 약점을 개선해 비디오 테이프 대여에 익숙한 고객을 온라인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콘텐츠 유통기업으로 변신한 넷플릭스는 이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며 그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켜가고 있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는 제65회 에미상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비롯한 3관왕을 차지했다. 콘텐츠도 훌륭했지만 고객들의 이용 형태를 파악했다는 점이 특이했다. 시간을 정해두고 한 편씩 공개하며 방영한 것이 아니라 전편을 온라인에 모두 공개한 것이다. 시청자들이 심야나 주말에 시리즈물을 몰아서 시청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각국 군주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혁신적인 제도와 기술, 사상들이 꽃피웠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기업 경영의 춘추전국시대다. 불확실성이 경영 환경에 위협 요소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제자백가’ 사상이 꽃피웠듯이,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 또한 수많은 혁신과 스타 기업들을 키운다. 방향을 알 수 없는 거센 바람이 촛불 같은 기업에는 재앙이지만 모닥불 같은 기업에는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임지아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limjeeah@lgeri.com >
‘안티프래질(Antifragile)’은 ‘블랙스완’으로 잘 알려진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가 만들어낸 신조어이자 저서 이름이다. ‘깨지기 쉬운’을 의미하는 프래질(fragile)에 ‘반대’라는 뜻의 안티(anti)를 붙여 만들어낸 단어다. 불확실성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는 의미다. 나아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불확실성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탈레브는 안티프래질을 통해 기업들에 불확실성을 길들이며 강해지라고 조언한다. 바람을 받아 흔들리는 촛불이 아니라 더욱 강하게 살아나는 모닥불이 되라는 것이다.
필름업체였던 후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화’라는 변수 앞에서 무너진 코닥과 달리 후지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 기회를 마련했다. 후지는 주력 부문이었던 필름 부문을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80년간 필름을 제작하며 쌓아온 기술로 의료기기, 의약품부터 광학렌즈와 액정표시장치(LCD)용 필름 시장까지 진출했다.
가장 놀라운 변신은 화장품 산업에서 나왔다. 후지는 콜라겐, 항산화 기술 등이 필름과 화장품에 비슷하게 쓰인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리고 ‘80년 기술력의 후지필름이 만든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를 밀고 나갔다. 후지는 필름이라는 ‘핵심사업’이 아닌 기술이라는 ‘핵심역량’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선도기업이란 주어진 경영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적응한 기업이다. 그러나 환경이 변하면 그 강점은 약점이 돼버린다. 넷플릭스는 선도기업의 약점을 공격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 사례다. 넷플릭스의 사업모델은 온라인으로 DVD 대여 신청을 받은 뒤 우편으로 배달해주는 것. 고객의 DVD 반납이 늦어졌을 때 연체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고객이 먼저 빌린 DVD가 회사에 도착해야 다른 DVD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고객들의 빠른 반납을 유도했다.
재고비용 때문에 인기작품 위주로 대여하는 오프라인 업체와 달리 넷플릭스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갖췄다. 오프라인의 약점을 개선해 비디오 테이프 대여에 익숙한 고객을 온라인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콘텐츠 유통기업으로 변신한 넷플릭스는 이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며 그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켜가고 있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는 제65회 에미상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비롯한 3관왕을 차지했다. 콘텐츠도 훌륭했지만 고객들의 이용 형태를 파악했다는 점이 특이했다. 시간을 정해두고 한 편씩 공개하며 방영한 것이 아니라 전편을 온라인에 모두 공개한 것이다. 시청자들이 심야나 주말에 시리즈물을 몰아서 시청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각국 군주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혁신적인 제도와 기술, 사상들이 꽃피웠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기업 경영의 춘추전국시대다. 불확실성이 경영 환경에 위협 요소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제자백가’ 사상이 꽃피웠듯이,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 또한 수많은 혁신과 스타 기업들을 키운다. 방향을 알 수 없는 거센 바람이 촛불 같은 기업에는 재앙이지만 모닥불 같은 기업에는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임지아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limjeeah@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