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투자 활성화방안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주요 외국기업 CEO들의 오찬 간담회에서다. 글로벌기업의 헤드쿼터와 R&D센터 유치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다. 헤드쿼터 근무자에 대해 저율의 단일 소득세율(17%) 특례를 무기한 적용하고, R&D센터 외국인 기술자에게는 소득세 감면(2년간 50%)을 2018년까지 연장해주기로 했다. 고용을 확대하면 세제 감면한도를 2배로 늘려주고, 법령 제·개정 때 외국기업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인센티브 확대와 규제완화 방안도 제시됐다. 발표를 맡은 산업부 외에 기획재정부 국토부 등 범부처 차원에서 올해 중 할 수 있는 28개 지원책을 마련했다.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날 신년회를 겸한 오찬에서 외국기업 CEO들은 당장 정책의 불확실성, 세무조사 부담 완화 등을 건의했다. 실제 불만이 훨씬 많을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국경제신문이 외국계 기업 26곳의 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는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이번 정부 들어 경영환경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34%인 반면 나아졌다는 응답은 8%에 불과했다. 향후 전망도 개선될 게 별로 없다. 앞으로 부담이 될 요인으로 ‘세무조사 등 과도한 규제와 압박’을 꼽은 응답이 43%였고, 통상임금과 각종 투자인센티브 축소가 각각 18%였다. ‘북한 리스크’(10%)보다 정책리스크가 더 크다는 것이다. 경영환경이 더 악화되면 철수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22%나 됐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는 사실상 OECD 최저 수준인데 규제는 최고다. 외국기업 보고 한국에 투자하라고 내세울 게 없다. 강성 노조에 임금과 세금도 올라가기만 한다. 수도권에는 아예 공장을 지을 수 없다. 투자가 안 되는 이유는 국내기업이나 외국기업이나 다를 게 없다. 한국만 외딴섬 갈라파고스가 돼간다. 박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국내기업도 밖으로 도망가기 바쁜데 외국기업이 왜 들어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