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조합원 사망 시 자녀를 특별 채용하도록 규정한 단협을 지킬 수 없다고 노조에 공식 통보했다.

현대차는 14일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했거나 6급 이상 장애로 퇴직할 경우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는 단협 97조(우선채용)를 더 이상 준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현대차 조합원 황모씨가 정년 퇴직한 후 2011년 3월 폐암으로 사망하자 유족이 ‘고용의무 이행 청구소송’을 제기한 데 대한 울산지법 판결을 단협 준수 거부의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울산지법 제3민사부는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유족의 채용을 확정하도록 단체협약을 통해 제도화하는 방식은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낳아 다수의 취업 희망자를 좌절케 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단협 97조는 채용에 관한 기업경영권과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으며, 사회질서에 반해 노사가 합의하더라도 법률상 무효”라고 판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울산지법 판결을 토대로 단협 97조는 사회질서 유지를 근간으로 하는 민법에 반하는 내용으로 실질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고용세습 단협 조항에 대한 사실상 폐기를 추진하면서 대기업 및 공기업 노조의 세습 채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세습 단협 조항을 둔 기업은 현대차 외에도 기아자동차, 한국GM, SK 등 대기업과 공기업에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공기업은 업무 이외의 개인적인 이유로 사망했거나 정년 퇴직한 조합원에게도 고용승계 혜택을 주도록 단체협약에 명시한 사례가 있었다.

고용승계 거부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울산지법 소송은 퇴직자의 유족이 제기한 것”이라며 “회사가 단협 체결 당사자인 노조와 관계없는 판결을 근거로 특별 채용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단체교섭권과 신의성실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민주노총의 2차 총파업 방침에 따라 지난 9일 잔업 거부를 주도한 이경훈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간부 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