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왼쪽)과 조각가 이형구 씨가 서울 리움미술관 카페에서 삼성문화재단의 작가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이준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왼쪽)과 조각가 이형구 씨가 서울 리움미술관 카페에서 삼성문화재단의 작가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삼성문화재단은 1965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가 문화예술 발전을 선도하고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했다. 1982년 개관한 호암미술관을 비롯해 서울 한남동의 삼성미술관 리움, 숭례문 옆 삼성생명빌딩의 삼성미술관 플라토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2004년 개관 이후 한국의 전통미술과 현대미술, 국제미술을 소개하는 데 주력해 왔으며 ‘아트스펙트럼’ 전시를 통해 젊은 작가들을 꾸준히 발굴·지원해 왔다. 한국 문화와 작가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분청사기’전을 비롯해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백남준·이우환 회고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등을 후원했고, 파리국제예술공동체 입주 작가를 지원하고 있다.

이준 리움 부관장과 조각가 이형구 씨가 지난 13일 리움미술관에서 만났다. 이 부관장은 1990년 호암미술관에 입사했다. 호암갤러리 현대미술부장, 리움 학예연구실장을 거쳐 2006년부터 부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홍익대와 예일대 대학원 조각과를 졸업한 이씨는 2006년 리움의 ‘아트스펙트럼’전에 참여하면서 삼성문화재단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됐고, 의욕적으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준 부관장=삼성문화재단과 다양하게 인연을 맺고 있는 작가로서 리움의 ‘아트스펙트럼’전 개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후원이 미술계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세요.

▷이형구 작가=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은 당시 핫이슈였어요. 미술관 건축도 흥미로웠지만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이 열려 문화예술에 대한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예술인들에게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니까요. 저는 2006년 3회 ‘아트스펙트럼전’에 참여했는데, 당시 신진이었던 저에게 리움 전시의 의미는 컸죠.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해부학적으로 접근한 ‘아니마투스(Animatus)’ 시리즈를 처음 선보여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었습니다. 이듬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됐을 때에도 삼성문화재단에서 후원해줘 제 작업을 해외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고요.

▷이 부관장=올해부터는 ‘아트스펙트럼전’ 참여 작가 선정에 리움의 큐레이터뿐만 아니라 외부의 젊은 비평가들도 참여토록 해 작가 발굴에 좀 더 신중을 기할 계획입니다. 작품 제작비나 개인전 등 지원 범위도 확대할 생각이고요. 우리 재단은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한국 작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작가 입장에서 예술가 후원제도 등에 대해서 제안하실 건 없나요.

▷이 작가=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예술가들의 삶도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재단이 지원 범위를 넓힌다니 반가운 일이죠. 장기적인 안목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예술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일회적인 성과를 요구하기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특히 한국 작가들이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큰 힘이 될 거예요.

▷이 부관장=이 작가의 작업은 의사(擬似)과학처럼 실재와 가상이 겹쳐지는 부분을 리얼하게 현실화시키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고학자나 골상학자 혹은 의사와 같이 진지한 듯한 블랙유머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런 작업과 관련해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하나 할까요. 작가로서 예술이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이 작가=예술가 역시 사회의 한 구성원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더 나은 삶에 대해 고민하고 그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해 소통하려는 게 아닐까요. 물론 작가에 따라 그런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하기도 하지만 제 작품에서는 그것이 표면상으로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관객에게 주관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쪽을 선호합니다.

▷이 부관장=삼성문화재단은 올해 리움 개관 10주년을 맞아 ‘아트스펙트럼’전 외에도 열돌 기념 전시와 리움을 회고하고 전망하는 앤솔로지 출판, 국제 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작가는 올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언젠가는 꼭 실현하고 싶은 드림 프로젝트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이 작가=올가을 서울 삼청로 갤러리 스케이프에서 열 개인전을 비롯해 리움의 ‘플라토 기획전’ 참여 등 굵직한 전시 일정이 잡혀 있어서 작품 준비로 바쁠 것 같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제한된 전시공간을 벗어나 현대무용 영역과 협업이 가능한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싶어요.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