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SFA는 2010년 노광공정 장비를 대신할 ‘롤·잉크젯 프린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노광은 빛을 이용해 유리기판에 정밀한 회로를 그리는 작업이다. TV와 노트북, 휴대폰 등에 쓰이는 디스플레이를 만들 때 필요한 핵심 부품기술이다. 이 회사의 제품 개발로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노광장비를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핵심 기술 국산화 등에 힘입어 지난해 976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소재·부품 무역흑자를 냈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의 전체 무역흑자 441억달러보다 2.2배 많은 규모다. 소재·부품 수출액이 전년보다 3.8% 늘어난 2631억달러인 반면 수입액은 1.9% 증가한 1655억달러였다. 대(對)일본 수입 의존도는 사상 최저인 20.8%로 떨어졌다.

부쩍 큰 소재·부품산업…수출 '효자'

소재·부품 무역흑자 1000억弗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경우 올해 소재·부품 분야 무역흑자는 10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2750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1738억달러어치를 수입해 흑자가 101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일 수입 의존도는 10%대로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소재·부품 수출입 내용을 분석해 보면 중국에 대한 수출이 특히 늘어났다. 한국의 소재·부품 수출시장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4.8%로 전년보다 5.46% 늘어난 915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흑자도 가장 많은 472억달러를 냈다.

중국은 2012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소재·부품 수입을 의존하는 나라로도 떠올랐다. 대중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26.8%였다. 한국 부품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국내 완제품 업체들의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차금속 및 비금속광물 등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원자재 수입도 늘어났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에 대해서는 전자부품, 화합물 및 화학제품 등 고부가가치 업종을 중심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소재·부품산업의 아킬레스건이자 경쟁국인 일본에 대한 지난해 소재·부품 무역적자는 205억달러로 17억달러 축소됐다. 3년 연속 적자 규모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2003년 28.4%였던 대일 수입 의존도가 10년 새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대일 수입 의존도가 낮아진 것은 우선 수입처가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섬유,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 등 노동집약형 제품은 중국과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으로부터 수입이 늘었다. 지난해 중국과 아세안에서 수입한 소재·부품 비중은 각각 26.8%와 9.2%로 전년보다 0.3%포인트, 0.7%포인트 높아졌다.

관련 연구개발(R&D)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소재·부품 기술을 국산화한 것도 한몫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가 소재·부품 R&D 등에 지원한 예산만 3조6000억원이다. 여기에 미국, 유럽연합(EU)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효과 등에 힘입어 지난해 부품 수출만 1776억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물론 과제는 남는다. 적자폭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주요 국가 가운데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대일 무역적자 205억달러 중 화학제품(-44억달러), 전자제품(-39억달러), 정밀기기부품(-21억달러) 등 3개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만 50.7%에 이른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일 적자를 키우는 이들 업종은 대부분 고부가가치 업종”이라며 “고급 기술 개발과 기술 자립을 위해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소재·부품 시장에서 한국은 5위(수출 기준)를 달리고 있다. 중국 독일 미국 일본 다음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일본을 제치고 세계 4강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종=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