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 기는 증시, 설 이후 설설 끓을까
주식 투자자들에게 지난해 설은 흐뭇한 추억이다. 명절 연휴 직후 7거래일 동안 코스피지수가 1945.79에서 2024.64로 급등해서다. 전자와 자동차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면서 1주일 만에 지수가 4.05%(78.85포인트) 올랐다. 3월 이후도 강세장이었다. 지수가 더 치고 오르지는 못했지만 6월 초까지 2000선을 오르내리는 강보합세를 이어갔다.

역대 설날 증시는 ‘전약후강’

올해 설(31일)을 앞두고 지난해와 같은 ‘황소장세(상승장)’가 펼쳐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개인 자금도 조금씩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만큼 분위기가 좋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거 주가 움직임을 보면 ‘설날 효과’를 무시하기 힘들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설 연휴 직후 7거래일간 주가가 오른 해는 모두 네 번이다. 설 연휴 직후 코스피지수가 2081.74에 달할 만큼 가격대가 높았던 2011년을 뺀 모든 해에 주가가 상승했다.

설 직전 7거래일은 상황이 반대다. 2012년을 제외하면 모두 주가가 떨어졌다. 설을 앞두고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졌던 해가 많았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설날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를 중국에서 찾는다. 중국은 음력설인 춘제(春節) 전후가 연중 최대 소비성수기다. 중국발(發) 소비특수로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시나리오다.

개인투자자들의 지갑이 명절 보너스 등으로 두툼해지는 것도 증시에 호재다. 주식형 펀드, 직접 투자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 자금이 들어와 증시를 부양할 수 있어서다.

설 이후 시장 전망 ‘긍정적’

특히 올해는 개인투자자 증시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기 회복 속도에는 의견이 제각각이지만 앞으로 글로벌 경기가 되살아난다는 공감대는 변함이 없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척도인 주식형 펀드잔액은 지난해 12월5일 83조4966억원을 바닥으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6일 85조2195억원을 단기 정점으로 소폭 잔액이 줄었지만 84조원대는 꾸준히 지키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부 미국 경기 지표들이 예상보다 낮게 나왔지만 이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축소 속도를 다소 늦출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향후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큰 시각이 흔들리지 않는 한 주가가 더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주식 시장 진입 시기를 저울질하는 개인투자자가 많다”며 “설을 전후해 긍정적인 신호가 한두 개만 나와주면 증시 이탈 자금 중 상당액이 시장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지수가 심리적 저지선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선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낙관론자들이 주가 상승을 점치는 근거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주가가 기업이 보유한 자산가치에도 못 미칠 만큼 저평가됐다는 것을 뜻한다.

‘춘제 효과’와 관련해서는 이론이 있다. 수혜 업종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 지수 전체를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게 다수이론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직후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춘제 소비를 장려했지만 긴축으로 기조를 바꾼 지금은 춘제 효과가 이전만 못하다”며 “중국인 관광객 방한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호텔과 화장품, 생활용품 등의 업종 정도로 타깃을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