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칼럼] 며칠 전 대화 기억 못하면 치매 의심해야
치매에 대한 두려움의 근저에는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말 치매는 치료될 수 없는 병인가. 그렇지 않다. 약 10%의 치매는 완치가 가능하다. 약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도 진행을 억제하거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최근에 나눴던 대화 내용이나 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얼마 전 기억을 잊어버린다면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를 의심해볼 수 있다. 옛날 일을 시시콜콜 잘 기억한다고 해도 요즘 있었던 일을 자꾸 잊는다면 문제가 된다. 초기에는 먼 과거에 대한 기억은 잘 보존되기 때문이다.

치매 초기에는 말하려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왜 그거 있잖아, 그거…”라는 식의 표현이 늘고 말을 주저하거나 말수가 줄어든다. 다른 초기 증상으로는 시간이나 장소를 혼동하거나 익숙하게 처리해오던 일들이 서툴러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론 이런 일들이 어쩌다 한 번 나타났다고 해서 모두 치매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가 자꾸 반복되거나 점점 더 심해진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매 초기에는 우울해지거나 성격이 변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지속적으로 의욕이 줄고 짜증이 늘었다면 먼저 우울증을 의심해야 하지만, 노년기에 이런 현상이 처음 나타났다면 치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유 없이 의심이 늘었거나 평소 성격과 사뭇 다른 모습을 계속 보이는 것도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다른 모든 병과 마찬가지로 치매 역시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초기에 발견해야 치료 효과가 높다. 거리나 비용 때문에 병원 찾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가까운 지역의 치매지원센터나 전국 보건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료 치매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상태가 걱정된다면 우선 온라인 치매선별설문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치매클리닉 홈페이지(dementia.snu.ac.kr)를 방문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동영 <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