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제는 실적이다.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 대내외 여건이 개선돼봐야 일시적인 효과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속보치) 발표 이후 국내 기업들에 대한 실적 전망치는 꾸준하게 하향조정됐다. 이 기간 기업보고서를 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절반 이상(53.5%)이 이익추정치를 하향조정했다.

최근 2년간 연초 전망치 대비 실제 실적과의 괴리율도 30%에 육박한다. 연초에 100조원을 예상했다면 실제는 70조원 수준에 그쳤던 셈이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연초의 막연한 기대감이 반영된 장밋빛 실적 전망을 치우고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올해 실적 전망은 연간 순이익 전년 대비 27% 늘어난 116조원 수준인데 과거 2년간 역성장하고 30%에 가까운 이익괴리율을 감안하면 과대평가됐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과거 실적 전망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던 것은 맞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적개선의 초점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수출기업에서 한국전력 등 국내 유틸리티, 은행, 내수기업들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경제성장의 대부분이 대외적인 부분보다 정부 정책 효과 등에 따른 대내적인 부분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과거 연초 대비 급격한 하향 조정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실적 개선의 큰 축을 맡아왔던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수출기업들의 실적은 대외 변수, 환율 변동 등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됐지만, 올해는 큰 축 자체가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 연구원은 "올해 실적개선을 주도하는 것은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아니라 한국전력 등 유틸리티나 은행, 내수기업들이 고르게 역할을 하는 데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정책이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는 이상 내수기업들은 안정적인 성장성을 이어가고 따라서 실적 추정치가 크게 변동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9조 2800억 원, 영업이익 8조 310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대 매출은 5.7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95% 떨어졌다.

설 연휴 전까지 4분기 실적과 올해 목표치 발표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삼성SD 현대건설 삼성정밀화학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 신세계인터내셔날 LG전자 포스코 SK텔레콤 현대모비스 삼성전기 등이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