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연 코스모테크놀로지 사장이 경기 부천시 본사 사무실에서 ‘가스지키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박나연 코스모테크놀로지 사장이 경기 부천시 본사 사무실에서 ‘가스지키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일본어 통역·번역가였던 박나연 씨는 출근하기 위해 집을 급히 나서다 여러 번 사고를 낼 뻔했다. 조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가스불을 끄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해결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거듭하던 중 가스 누출을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통역을 의뢰한 일본인 엔지니어에게 이 아이디어가 어떤지 의견을 물었다. 엔지니어는 적극 찬성하며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주부들의 불안감 해소

박나연 코스모테크놀로지 사장은 2005년 코스모테크놀로지를 설립하고 가스안전장치인 ‘가스지키미’ 개발에 착수했다. 그는 “가스누출경보기나 타이머콕 등은 가스가 누출된 뒤 공기 중 가스 농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하는 데 반해 가스지키미는 사고 발생 자체를 차단한다”며 “예방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제품을 출시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가스지키미는 센서를 통해 가스관 압력 변화를 1초 단위로 검사해 가스 누출을 막는다. 그런데 가스관 압력은 온도 등 다양한 외부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문제가 됐다.

박 사장은 “공동주택에선 옆집에서 가스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압력이 심하게 변할 수 있다”며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09년이 돼서야 제품 생산에 나섰다.

◆누적 판매량 3만개 돌파

가스지키미는 다양한 기능도 채택했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만 밸브를 자동으로 열고 사용하지 않을 땐 닫는다.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을 2~600분까지 설정하면 시간에 따라 밸브를 개폐할 수 있다. 가스레인지, 호스, 호스 연결부위 등을 24시간 자동 점검하는 기능도 갖췄다.

그는 이 제품으로 2010년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금상과 기술특별상을 받았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3만개를 넘어섰다.

◆후드 일체형 제품 개발

박 사장은 5명의 직원과 함께 기술 개발, 제조, 영업을 하고 있다. 제품 아이디어는 박 사장이 주로 내고 생산은 부품 제조를 외주에 맡긴 뒤 본사 직원들이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영업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시가스 공급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주방 후드업체인 가나테크와 함께 후드 일체형 가스지키미를 만들었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 가스 밸브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후드가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이다.

박 사장은 “가스안전장치 하나로 건설사와 공급 계약을 맺기는 어려웠는데 후드 일체형 제품을 개발하면서 고급주택을 중심으로 신축 건물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매출을 작년 3배 수준인 15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며 “건설사들을 고객으로 삼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만큼 올해엔 누적 판매량이 5만개를 돌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