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특별기획] 11억 인구 평균나이 24세 '젊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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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시장, 아프리카를 가다 (1) 돈이 돌기 시작했다
'기회의 땅' 아프리카
中·美·印·유럽·日 합친 것보다 넓은 땅
석유·가스·다이아몬드 등 자원 풍부
민주주의·교육 확산…경제통합 가속
공적원조 의존 줄고 민간투자 급증
'기회의 땅' 아프리카
中·美·印·유럽·日 합친 것보다 넓은 땅
석유·가스·다이아몬드 등 자원 풍부
민주주의·교육 확산…경제통합 가속
공적원조 의존 줄고 민간투자 급증
‘우리는 아프리카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독일인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인 카이 크라우제는 아프리카 땅 넓이를 표현해보기로 했다. 3000만㎢가 넘는 아프리카 면적엔 중국(959만㎢)과 미국(962만㎢), 인도(328만㎢), 유럽(490만㎢), 일본(37만㎢)이 모두 들어갔다.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만들어진 지도에서는 고위도일수록 크게 보이는 탓에 아프리카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져왔을 뿐이다. 아프리카는 광활한 대륙이다. 석유와 가스, 광물 등 많은 자원이 묻혀 있으며 11억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다른 대륙이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아프리카 사람 10명 중 6명(2010년 기준)은 스물네 살이 채 안 된다. 땅과 젊은 인구, 여기에 돈이 몰려들며 아프리카는 힘찬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다.
거대한 땅에 묻힌 석유·천연가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2001~2011년 연평균 5.8% 성장했다. 성장의 밑거름은 나이지리아 앙골라 가나 등 산유국의 원유·가스 산유량 증가와 지출 확대, 그리고 외부에서 몰려든 자본이었다.
아프리카는 2011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2.3%를 차지했다. 탐사가 늘면서 2001~2010년 새 매장량이 140% 늘었다. 최근엔 모잠비크 남수단 콩고 등 동아프리카에서도 대규모 천연가스전이 발견됐다. 55개국 중 석유나 가스가 나지 않는 나라는 9개국에 불과하다.
자원이 분출하며 돈이 돌기 시작하자 해외에서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 경제는 선진국 위주의 공적개발원조(ODA)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ODA는 2002년 214억달러에서 2013년 571억달러로 늘어난 데 비해, 민간 투자(외국인직접투자 및 포트폴리오투자)는 2002년 166억달러에서 2012년 828억달러로 급증했다. 해외 거주자의 송금도 급증세다. 유럽 미국 아시아 등에서 자본을 가져와 아프리카에 투자하는 아프리카 출신들의 ‘디아스포라 자금’이 늘면서 이들을 일컫는 ‘아프로폴리탄’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2000~2009년 외국인직접투자(FDI)의 75%는 원유에 몰렸다. 그러나 최근엔 도시화로 수요가 늘어난 인프라, 풍부한 인구를 바탕으로 성장 중인 소비시장 등에 투자되고 있다. 덕분에 2009년부터 작년까지 아프리카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꾸준히 5%를 넘고 있다. 나이지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르완다 모잠비크 앙골라 등 주요국은 7%를 웃돈다.
민주주의와 교육 확산이 발전 밑바탕
아프리카의 가장 큰 잠재력은 석유나 다이아몬드가 아닌 ‘사람’이다. 아프리카 55개국의 인구는 약 11억명인데, 이들의 평균 연령은 23.5세(2010년 기준)로 젊다. 노동가능인구가 많다는 얘기다. 게다가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와 중남미까지 2020년이면 노동가능인구 증가세가 꺾이지만 아프리카는 2030년까지 증가세가 계속될 것(아프리카개발은행)으로 분석된다.
특히 1000명당 출산아 수가 세계 평균의 1.5배가 넘는 33.4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2050년에는 중국의 노동인구를 뛰어넘어 아프리카가 세계 노동인구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같은 거대 인구가 성장 요인으로 부각된 건 민주주의와 교육 확산 덕분이다. 2012년 말 가나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여당인 전국민주의회(NDC) 소속 존 드라마니 마하마 대통령(55)과 야당인 신애국당(NPP)의 나나 아쿠포아도 후보(69)는 교육 분야에서 공약 경쟁을 벌였다. 아쿠포아도 후보는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마하마 후보는 50개의 학교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국민들은 마하마를 택했다.
1990년대 냉전이 끝났을 때 아프리카 국가 중 3개국만이 민주주의 국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공식적으로 25개국에 달하며 그보다 더 많은 나라가 선거를 치른다. 1990년까진 여당이 투표로 축출된 사례가 없었으나 1991년 베냉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 뒤 서른여섯 번이나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또 아프리카 국가들이 재정에서 교육에 투자하는 비중은 20%로 미국(13%)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을 웃돈다. 초·중등 교육을 받은 인구는 10년 전 7%에서 최근 30% 수준으로 높아졌다.
김보라/루안다(앙골라)=김현석 기자 destinybr@hankyung.com
◆특별취재팀=김현석 팀장(산업부 차장), 남윤선·김보라(국제부), 전설리(IT과학부), 배석준(산업부) 기자, 조학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전략시장연구실장, 홍정화 전략시장연구실 수석연구원
독일인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인 카이 크라우제는 아프리카 땅 넓이를 표현해보기로 했다. 3000만㎢가 넘는 아프리카 면적엔 중국(959만㎢)과 미국(962만㎢), 인도(328만㎢), 유럽(490만㎢), 일본(37만㎢)이 모두 들어갔다.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만들어진 지도에서는 고위도일수록 크게 보이는 탓에 아프리카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져왔을 뿐이다. 아프리카는 광활한 대륙이다. 석유와 가스, 광물 등 많은 자원이 묻혀 있으며 11억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다른 대륙이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아프리카 사람 10명 중 6명(2010년 기준)은 스물네 살이 채 안 된다. 땅과 젊은 인구, 여기에 돈이 몰려들며 아프리카는 힘찬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다.
거대한 땅에 묻힌 석유·천연가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2001~2011년 연평균 5.8% 성장했다. 성장의 밑거름은 나이지리아 앙골라 가나 등 산유국의 원유·가스 산유량 증가와 지출 확대, 그리고 외부에서 몰려든 자본이었다.
아프리카는 2011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2.3%를 차지했다. 탐사가 늘면서 2001~2010년 새 매장량이 140% 늘었다. 최근엔 모잠비크 남수단 콩고 등 동아프리카에서도 대규모 천연가스전이 발견됐다. 55개국 중 석유나 가스가 나지 않는 나라는 9개국에 불과하다.
자원이 분출하며 돈이 돌기 시작하자 해외에서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 경제는 선진국 위주의 공적개발원조(ODA)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ODA는 2002년 214억달러에서 2013년 571억달러로 늘어난 데 비해, 민간 투자(외국인직접투자 및 포트폴리오투자)는 2002년 166억달러에서 2012년 828억달러로 급증했다. 해외 거주자의 송금도 급증세다. 유럽 미국 아시아 등에서 자본을 가져와 아프리카에 투자하는 아프리카 출신들의 ‘디아스포라 자금’이 늘면서 이들을 일컫는 ‘아프로폴리탄’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2000~2009년 외국인직접투자(FDI)의 75%는 원유에 몰렸다. 그러나 최근엔 도시화로 수요가 늘어난 인프라, 풍부한 인구를 바탕으로 성장 중인 소비시장 등에 투자되고 있다. 덕분에 2009년부터 작년까지 아프리카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꾸준히 5%를 넘고 있다. 나이지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르완다 모잠비크 앙골라 등 주요국은 7%를 웃돈다.
민주주의와 교육 확산이 발전 밑바탕
아프리카의 가장 큰 잠재력은 석유나 다이아몬드가 아닌 ‘사람’이다. 아프리카 55개국의 인구는 약 11억명인데, 이들의 평균 연령은 23.5세(2010년 기준)로 젊다. 노동가능인구가 많다는 얘기다. 게다가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와 중남미까지 2020년이면 노동가능인구 증가세가 꺾이지만 아프리카는 2030년까지 증가세가 계속될 것(아프리카개발은행)으로 분석된다.
특히 1000명당 출산아 수가 세계 평균의 1.5배가 넘는 33.4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2050년에는 중국의 노동인구를 뛰어넘어 아프리카가 세계 노동인구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같은 거대 인구가 성장 요인으로 부각된 건 민주주의와 교육 확산 덕분이다. 2012년 말 가나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여당인 전국민주의회(NDC) 소속 존 드라마니 마하마 대통령(55)과 야당인 신애국당(NPP)의 나나 아쿠포아도 후보(69)는 교육 분야에서 공약 경쟁을 벌였다. 아쿠포아도 후보는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마하마 후보는 50개의 학교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국민들은 마하마를 택했다.
1990년대 냉전이 끝났을 때 아프리카 국가 중 3개국만이 민주주의 국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공식적으로 25개국에 달하며 그보다 더 많은 나라가 선거를 치른다. 1990년까진 여당이 투표로 축출된 사례가 없었으나 1991년 베냉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 뒤 서른여섯 번이나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또 아프리카 국가들이 재정에서 교육에 투자하는 비중은 20%로 미국(13%)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을 웃돈다. 초·중등 교육을 받은 인구는 10년 전 7%에서 최근 30% 수준으로 높아졌다.
김보라/루안다(앙골라)=김현석 기자 destinybr@hankyung.com
◆특별취재팀=김현석 팀장(산업부 차장), 남윤선·김보라(국제부), 전설리(IT과학부), 배석준(산업부) 기자, 조학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전략시장연구실장, 홍정화 전략시장연구실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