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쏘나타' 에쿠스의 힘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가 됐다. 에쿠스, 제네시스, K9 등 대형 세단을 앞세워 중동 부호들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동차 회사가 사우디에 수출한 차량은 모두 19만5615대로 미국(75만9385대) 다음으로 많았다. 2012년 2위였던 러시아는 14만4158대에 그쳐 사우디에 밀렸다. 사우디의 지난해 자동차 수요(판매량)는 73만8067대로 전년보다 11%가량 증가했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이 시장을 한국 업체들이 효율적으로 공략한 셈이다.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현대자동차다. 지난해 현대차의 사우디 수출은 전년에 비해 22.5% 증가한 15만2157대를 기록했다. 한국 업체들의 전체 수출량 중 77.8%를 현대차가 차지했다.

판매대수에 있어서도 현대·기아차의 약진이 돋보인다. 현대차의 지난해 사우디 판매대수는 14만3404대로 전년보다 15.4% 많아졌다. 시장점유율은 0.8%포인트 높아진 19.4%로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기아차는 전년 대비 6.1% 증가한 4만3267대를 팔아 GM, 포드에 이어 5위에 올랐다.

특히 대형차의 인기가 눈길을 끈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지난해 사우디에서 2339대가 팔려 전년보다 42.6% 급증했다. 2012년 하반기에 첫선을 보인 기아차 K9은 첫해 36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 작년에는 323대나 팔렸다. 제네시스, 에쿠스, K9 등 대형세단 3개 모델의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49.6%나 늘어난 2920대를 기록했다.

에쿠스는 최근 중동의 고급차 전문잡지 에보(EVO)로부터 ‘2013 올해의 세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상반기 신형 제네시스를 투입하는 등 사우디 대형차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