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조국
며칠 전 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Have a Happy New Lunar Year and the Delicious Ddukguk!”이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설 잘 보내고, 떡국도 맛있게 먹으란 얘기다. 여기 ‘Ddukguk’(떡국)이란 단어는 내가 가르친 것. 이제 한국의 설날이 ‘세계적인’ 명절이 된 것 같은 우쭐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이런 기분도 잠시. 이날 아주 의미심장한 기사 하나를 읽고는 깊은 상념에 빠졌다. 아프간에 파병됐다가 부상을 입어 3개월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되살아난 미국 코리 렘스버그 중사 얘기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의사당 신년 국정연설에서 그를 안내해 소개하자 500여명의 여야 상하원 의원, 군 수뇌부, 내각 및 방청석 남녀노소가 일제히 일어나 환영했고, 의사당은 이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코리는 그가 사랑하는 동료 미군, 미국 시민과 마찬가지로 절대 포기하지 않고 중단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다시 미국을 위해 봉사할 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미국은, 또 조국은 어떤 의미고 어떤 존재일까. 아프간 전쟁의 공과나 개개인 생명의 존엄성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한 개인의 조국에 대한 희생, 그리고 그 희생에 대한 가치를 국가와 국민이 어떻게 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난 1954년 갑오생(甲午生)으로 순국선열들의 처절했던 독립운동의 순간도 알지 못하고, 6·25 한국전쟁의 경험도 없다. 하지만 왠지 내 조국이 없었으면, 그런 분들이 없었고, 그런 분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지 않았으면 과연 우리는 지금 무엇이 돼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것은 우리의 현실이다. 때로는 화가 치민다. 천안함 사태 등 일련의 일들을 생각하면서다. 그것이 ‘폭침’인지, 또는 ‘사건’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본다. 우리가 같은 조국에 사는 사람이고 그들이 우리 조국을 위해 희생됐다면, 우리는 그들의 값진 희생을 어떤 이유로도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렇게 제안한다. 우선 천안함 희생자들의 고귀한 이름을 국회 앞마당 제일 양지바른 곳에 또박또박 새겨두자. 그래서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더 나아가 ‘국민이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이 오가며 언제라도 그들의 값진 희생을 기릴 수 있는 기념비라도 세워보자. 우리가 영원히 지켜야 할 조국을 위해!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khg@ahpek.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