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프리미엄 시대] KAIST 수학과 57% 금융권 진출…현대證 신입 33%는 이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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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 금융시대' 맞아 이공계 수요 급증
신상품 개발·빅데이터 등 핵심업무 독차지
신상품 개발·빅데이터 등 핵심업무 독차지
지난해 국내 파생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시장 동향을 체크하다 깜짝 놀랐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외국계 판이던 파생금융시장에서 산업은행이 점유율 6.2%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거래 잔액 기준 5위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비결은 ‘이공계 인력’이었다. 산업은행의 파생금융 트레이딩 인력 47명 중 이공계 출신은 36%(17명)에 달한다. 민경진 산은 부행장은 “고도화하는 시장에서 고객이 찾는 상품을 적기에 제공하기 위해 수리 지식을 가진 이공계 인력을 꾸준히 늘린 덕분”이라고 말했다.
◆기술·복합금융 확대로 ‘프리미엄’
금융권에 이학·공학 지식을 갖춘 인재가 몰려들고 있다. 단순 부동산담보 대출 위주의 은행 여신 업무가 기업의 기술력과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복합금융으로 진화하면서 ‘이공계 프리미엄’ 시대가 온 것이다.
신입 행원 선발을 보면 이공계 우대의 실상이 잘 드러난다. 산은이 지난해 뽑은 신입 행원 중 이공계 출신은 21%로 처음 20%를 돌파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청년인턴을 모집하면서 우대 항목에 처음으로 ‘이공계 전공자’를 넣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기업 전담 부문 행원을 선발하면서 이공계 전공자에게 가점을 줬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대출대상 기업의 기술력 평가를 위해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이공계 인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20% 선인 이공계 인력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40% 수준까지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 방침에 따라 금융 지원을 위해 지식재산(IP) 등을 평가하는 데도 이공계가 필요하다. 지난해 7월 신한은행은 이공계 인력으로 산업기술평가팀을 신설했고, 기업은행도 전기 전자 정보통신 자동차 분야 전문가 9명으로 기술평가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한국경제신문이 2009~2013년 KAIST 수리과학과 졸업생의 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취업자 53명(학사 25명, 석사 28명) 중 30명(학사 18명, 석사 12명)이 금융회사로 갔다. 56.6%에 달한다. 전공과 가까운 전기·전자업종 취업자(15명)의 배에 달한다.
◆서울대 수학과의 1순위 직장은 보험사
보험업권에서는 보험계리사를 중심으로 이공대생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계리사는 여러 위험 요소 등을 예측·분석해 적정 수준의 보험료를 산정하는 일을 한다. 김만기 동양생명 경영전략본부장은 “가장 중요한 업무가 상품 개발과 계리인데 이공계 출신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특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서울대 수학과 졸업자는 “과에서 취업 때 고려하는 직장 1순위가 보험사”라고 전했다.
이공계 출신 고위 임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아비바생명의 임창원 부사장(서울대 수학과), 동양생명의 김윤성 전무(연세대 수학과), 현대해상의 양승옥 상무(한양대 수학과) 등이 대표적이다.
◆‘빅데이터’ 주력 카드사도 이공계 확대
빅데이터가 화두인 카드업계에도 이공계의 진격이 시작됐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려면 숫자에 밝은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센터의 인력 31명 가운데 절반인 16명이 통계학과 출신이다. 9명은 컴퓨터 관련 전공자다. 80%가 이공계 인력인 셈이다. 상품 개발 단계에서도 이공계 인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카드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상품을 개발하는 CLM팀 인력 60여명 중 40%를 이공계로 채웠다.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모바일카드 부문에서도 이공계 출신이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씨카드의 모바일카드 관련 부서 인원 34명 중 14명(41%)이 컴퓨터, 전자공학, 통신 관련 이공계 전공자다.
◆증권가 휘어 잡는 금융공학자들
금융투자업계에서 선물·옵션 이론과 통계, 수리적 분석, 투자기법, 회계 등을 두루 배운 ‘금융공학’(투자 저축 대출 등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과학·수학적 모형을 연구하는 학문) 전공자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옵션 이론과 모형 등을 이용해 요즘 인기 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 등의 구조를 설계하고 판매하는 FICC부도 이들의 놀이터다.
KAIST 출신들이 2001년 결성한 ‘카이스트 벤처캐피탈리스트 모임’은 최근 회원 100명을 돌파했다. 증권사 공채에서는 ‘이공계’ 출신이 약진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신입사원의 33%를 이공계로 뽑았다.
한 벤처캐피털 회사 투자본부장은 “투자 대상 기업의 기술성을 심사하려면 이공계 출신이 유리해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3~5년의 경력을 가진 30대 심사역은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공계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 중에는 30대 초·중반의 젊은 나이에 회사를 이끌고 있는 사례도 많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34)와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32)가 대표적이다.
김일규/황정수/오동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기술·복합금융 확대로 ‘프리미엄’
금융권에 이학·공학 지식을 갖춘 인재가 몰려들고 있다. 단순 부동산담보 대출 위주의 은행 여신 업무가 기업의 기술력과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복합금융으로 진화하면서 ‘이공계 프리미엄’ 시대가 온 것이다.
신입 행원 선발을 보면 이공계 우대의 실상이 잘 드러난다. 산은이 지난해 뽑은 신입 행원 중 이공계 출신은 21%로 처음 20%를 돌파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청년인턴을 모집하면서 우대 항목에 처음으로 ‘이공계 전공자’를 넣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기업 전담 부문 행원을 선발하면서 이공계 전공자에게 가점을 줬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대출대상 기업의 기술력 평가를 위해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이공계 인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20% 선인 이공계 인력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40% 수준까지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 방침에 따라 금융 지원을 위해 지식재산(IP) 등을 평가하는 데도 이공계가 필요하다. 지난해 7월 신한은행은 이공계 인력으로 산업기술평가팀을 신설했고, 기업은행도 전기 전자 정보통신 자동차 분야 전문가 9명으로 기술평가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한국경제신문이 2009~2013년 KAIST 수리과학과 졸업생의 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취업자 53명(학사 25명, 석사 28명) 중 30명(학사 18명, 석사 12명)이 금융회사로 갔다. 56.6%에 달한다. 전공과 가까운 전기·전자업종 취업자(15명)의 배에 달한다.
◆서울대 수학과의 1순위 직장은 보험사
보험업권에서는 보험계리사를 중심으로 이공대생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계리사는 여러 위험 요소 등을 예측·분석해 적정 수준의 보험료를 산정하는 일을 한다. 김만기 동양생명 경영전략본부장은 “가장 중요한 업무가 상품 개발과 계리인데 이공계 출신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특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서울대 수학과 졸업자는 “과에서 취업 때 고려하는 직장 1순위가 보험사”라고 전했다.
이공계 출신 고위 임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아비바생명의 임창원 부사장(서울대 수학과), 동양생명의 김윤성 전무(연세대 수학과), 현대해상의 양승옥 상무(한양대 수학과) 등이 대표적이다.
◆‘빅데이터’ 주력 카드사도 이공계 확대
빅데이터가 화두인 카드업계에도 이공계의 진격이 시작됐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려면 숫자에 밝은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센터의 인력 31명 가운데 절반인 16명이 통계학과 출신이다. 9명은 컴퓨터 관련 전공자다. 80%가 이공계 인력인 셈이다. 상품 개발 단계에서도 이공계 인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카드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상품을 개발하는 CLM팀 인력 60여명 중 40%를 이공계로 채웠다.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모바일카드 부문에서도 이공계 출신이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씨카드의 모바일카드 관련 부서 인원 34명 중 14명(41%)이 컴퓨터, 전자공학, 통신 관련 이공계 전공자다.
◆증권가 휘어 잡는 금융공학자들
금융투자업계에서 선물·옵션 이론과 통계, 수리적 분석, 투자기법, 회계 등을 두루 배운 ‘금융공학’(투자 저축 대출 등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과학·수학적 모형을 연구하는 학문) 전공자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옵션 이론과 모형 등을 이용해 요즘 인기 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 등의 구조를 설계하고 판매하는 FICC부도 이들의 놀이터다.
KAIST 출신들이 2001년 결성한 ‘카이스트 벤처캐피탈리스트 모임’은 최근 회원 100명을 돌파했다. 증권사 공채에서는 ‘이공계’ 출신이 약진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신입사원의 33%를 이공계로 뽑았다.
한 벤처캐피털 회사 투자본부장은 “투자 대상 기업의 기술성을 심사하려면 이공계 출신이 유리해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3~5년의 경력을 가진 30대 심사역은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공계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 중에는 30대 초·중반의 젊은 나이에 회사를 이끌고 있는 사례도 많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34)와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32)가 대표적이다.
김일규/황정수/오동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