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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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는 최근 아르바이트생을 정규직 채용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장 경력 1년 이상이면 공채 서류전형을 면제받을 수 있고,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승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런 두 가지 트랙으로 CJ 정규직 사원이 된 양해수 씨(CJ CGV)와 김정수 씨(CJ푸드빌)를 최근 CJ의 패밀리 레스토랑인 빕스 서울 대방점에서 만났다. 양씨는 서류면제 공채로, 김씨는 ‘뉴파트타임잡’으로 기회를 얻었다.

이들은 모두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대기업 정규직 사원이 됐다. 취업을 위한 어학시험 공부에 매진하는 대신 현장에서 실무를 체득한 덕이었다.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CJ입사, 또 하나의 스펙은 '매장 알바'

CGV 알바 덕에 공채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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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수 씨(27·한국항공대 항공기계학과 졸)는 대학에서 항공기계학을 전공했지만 사실 광적인 영화 마니아다. 영화 엑스트라 출연은 물론 여행을 떠날 때면 극장부터 들렀다. 각 나라의 극장문화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2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던 2011년, CGV의 아르바이트인 ‘미소지기’로 첫 인연을 맺은 것도 영화 때문이었다. 하지만 1년 뒤 양씨는 졸업 논문을 위해 잠시 일을 그만둬야 했다. “매니저님에게 ‘공부 좀 하다 오겠다’고 말했어요. 꼭 돌아오겠다는 의미였죠. 9개월 뒤 유니버시티매장에 재입사했고, 이번엔 미소지기를 총괄하는 ‘선임 미소지기’(전문 인턴)가 돼 있었죠.”

그러다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마침 CJ가 2013년 하반기 공채부터 아르바이트 1년 이상 경력자에게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 “서류전형은 면제받았지만 이후부터는 다른 공채 지원자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치러야 했어요.”

난생처음 준비하는 공채였지만 면접만큼은 자신 있었다. 실제로 경험했던 일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면접관들은 ‘음료가 맛없다고 고객이 화내는 상황에선 어떻게 하겠는가’와 같은 당황스러운 매장 상황들을 제시했고, 양씨는 경험을 바탕으로 의연하게 답변했다. 덕분에 양씨는 이 제도를 통해 최종 합격한 첫 사례자 2명 중 1명이 될 수 있었다. 작년 12월 CJ CGV의 정식 신입사원이 된 양씨는 현재 연수 중이며, 오는 7월 매장 발령을 받을 예정이다.

“알바 시절 매장서 유연한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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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씨(25·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는 2007년 빕스 대방점에서 아르바이트인 ‘스태프’로 시작해 지난해 10월 정규직인 ‘어시스트 매니저’가 됐다. 학업을 위해 3년간 휴직했던 그는 2011년 스페셜리스트(전문 인턴)로 복직한 뒤 2년 만에 정규직 사원이 됐다.

평소 쾌활한 그에게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매뉴얼에 없는 돌발상황을 만날 때면 식은땀도 흘렸다. 스페셜리스트가 된 직후 겪었던 한 고객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기억이 생생하다. “입장을 기다리던 한 아주머니가 아이가 배고파하니 잠깐 요깃거리를 가지고 오게 할 수 없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를 들여보내기로 했어요. 혹시 규율을 어긴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고객이 감동받았다며 계속 우리 매장을 이용하셨어요.”

그의 이런 유연한 대처능력은 직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우수 아르바이트 사원에게 제공되는 연 100만원의 장학금도 2년 연속 받았다.

마침내 그에게 승격 기회가 주어졌다. 어시스트 매니저가 되면 CJ푸드빌의 정규직 사원이 돼 CJ의 모든 복리후생 혜택을 받을 수 있다. CJ는 연 2회(3월·9월) 전국의 스페셜리스트를 대상으로 승격시험을 실시한다. 이론시험부터 면접, 점장평가 등을 통과해야 한다.

이론시험에는 위생법 등 조리 지식 외에 외국 고객과의 대화방법을 묻는 영어문제도 출제됐다. 특히 그를 가장 긴장시킨 시험은 바로 ‘면접’. “면접관 3명과 지원자 5명이 한 조로 진행됐어요. ‘홀의 업무가 어떤 게 있나’ ‘포부가 무엇인가’ 등을 물으셨죠. 면접이 처음이라 떨렸지만 2년 동안 고객을 대해왔듯 밝은 미소로 임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정규직이 된 김씨는 5~6년 뒤 점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달엔 사이버대학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도 졸업한다. 졸업 후에는 조리자격증도 취득할 예정이다.

이도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