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美다우, 다시 친해졌다
‘-3.94% vs -4.10%.’

올 들어 11일까지 코스피지수와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의 등락률은 -4%대 안팎으로 엇비슷했다. 전날 미국 지수와 다음날 한국 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날의 비중도 79%에 달했다. 두 나라 증시가 완연한 디커플링(탈동조화) 움직임을 보였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다시 보조 맞추는 韓·美 증시

코스피·美다우, 다시 친해졌다
한국거래소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다우지수가 3.45% 오를 때 코스피지수의 상승폭은 0.77%에 그쳤다. 12월은 아예 방향이 달랐다. 다우지수는 2.44% 오른 반면 코스피지수는 1.68% 떨어졌다. 국내 기업의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데다 한국의 수출 타깃인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도 안 좋았던 탓이다.

올해 1월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다우지수와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이 -3.34%와 -3.49%로 엇비슷해졌고 2월에도 전달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에는 부동산값 폭락, 개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 등 내부적인 불안 요소가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줬지만 올해는 이런 요인들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고 있다”며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위기 이슈 역시 변수가 아닌 상수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미국과의 동조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고 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테이퍼링(미국 양적완화 축소)으로 유동성 증가세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악재는 경기 회복에 따라 자금의 회전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멈춰섰던 미국의 실물경기가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국내 증시도 대미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향력 세진 미국계 자금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 방향타도 역시 미국이 잡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 가운데 미국계 자금 비중(주식 39.5%, 채권 21.3%)이 가장 높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들어 부쩍 미국계 자금 동향이 외국인 전체 자금의 흐름을 이끌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 1월 외국인 투자동향을 살펴보면 영국 독일 등 유럽계 자금은 계속 빠지고 있는 데 비해 미국계 자금은 순유입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양적완화 축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뒤 반등하며 그나마 선방하는 근저에는 이런 미국계 자금이 바탕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계 자금의 주식투자는 작년 12월 899억원 순매도에서 올 1월 2872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국가별 순매수 규모로 가장 많았다. 영국이 1월에 8304억원 순매도하는 등 유럽계 자금이 1조5413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채권시장에서도 미국계 자금은 작년 12월 1250억원 마이너스 순투자에서 3180억원 플러스 순투자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상당 기간 한국과 미국 증시가 동조화할 수 있는 만큼, 미국에서 벌어지는 증시 관련 이벤트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 변수는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취임 후 첫 공식행사인 의회 청문회다. 옐런 의장은 11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전임자인 벤 버냉키 의장의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테이퍼링 정책이 변함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오는 27일이 만기인 미국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될지도 관심사로 꼽힌다.

송형석/장규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