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도 영화·음악처럼 쉽게 감상하고 공유"
청록색 하늘과 같은 빛깔의 바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흰 구름. 낮은 지붕의 집들 사이를 걷는 배낭 멘 여행자. 일러스트레이터 ‘나불배’가 제주도 풍경을 그린 일러스트다. 또 다른 일러스트레이터 ‘혜란’의 그림에는 호두까기 인형이 소녀의 손을 잡고 쥐들과 싸우는 모습이 아기자기하게 묘사돼 있다.

국내 작품 1만3000여점이 모여 있는 일러스트 전문 플랫폼 ‘그라폴리오’(grafolio.net)에는 눈길을 끄는 그림이 많다. 그라폴리오를 만든 디바인인터랙티브의 노장수 대표(사진)는 “영화나 음악처럼 일러스트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라폴리오는 2010년 문을 열었다.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던 노 대표가 일러스트 작가들의 포트폴리오 사이트로 시작해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

그라폴리오에는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2000여명의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활동하고 있으며 아마추어도 작품을 올릴 수 있다.

작품은 누구나 웹사이트나 모바일 웹에 방문해 감상한 뒤 덧글을 남기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할 수 있다. 노 대표는 “일러스트는 풍부한 감성이 담긴 양질의 콘텐츠인데도 감상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것 같다”며 “일러스트를 서로 보여주고 나누는 감상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친숙하게 일러스트를 접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입힌 작품들도 소개하고 있다.

그라폴리오는 일러스트 작가들을 세상에 알리는 창구 역할도 한다. 노 대표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그림이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면 안타깝지 않겠느냐”며 “작가들을 한 사람씩 섭외하며 ‘당신을 모르는 사람에게 당신의 작품을 좋아할 기회를 주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 플랫폼을 만든 디바인인터랙티브는 지난해 네이버에 인수됐다. 좋은 문구와 그림을 함께 소개하는 네이버 ‘쉼’에 등장하는 그림이 그라폴리오의 일러스트들이다. 노 대표는 “다양한 공모전을 통해 일러스트의 저변을 확대하는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