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도 철수…'車공장의 무덤' 된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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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곳, 한국과 너무 닮았다
높은 인건비 · 강성노조 버티기
호주달러 강세…가격경쟁력 잃어
'GM 한국 철수설' 끊임없이 도는 이유와 판박이
높은 인건비 · 강성노조 버티기
호주달러 강세…가격경쟁력 잃어
'GM 한국 철수설' 끊임없이 도는 이유와 판박이
미국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일본 도요타도 호주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호주 내 3개 자동차 공장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호주 달러 강세와 높은 인건비, 강성 노조, 정부의 과도한 노동규제 등이 빚어낸 결과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처한 상황도 호주와 비슷하다고 경고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해마다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앞두고 노조 파업으로 몸살을 앓는다. 통상임금 부담과 한국의 낮은 생산성 때문에 ‘한국 철수설’이 나돌기도 했던 한국GM은 물량 축소와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더 이상 못버텨”…떠나는 업체들
도요타는 2017년 말까지만 호주에서 자동차와 엔진을 생산한 뒤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963년 현지에서 생산을 시작한 지 54년 만이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보도자료에서 “힘든 결정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부정적 요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러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요타에 앞서 포드와 GM의 호주 법인인 홀덴도 각각 2016년과 2017년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호주 자동차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줄어 2008년 32만대에서 지난해 21만대까지 감소했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이 나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5.96호주달러(1만5478원)다. 우리나라(4860원)의 3.2배 수준이다.
천제형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3년간 호주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내수는 물론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호주 정부는 포드와 홀덴, 도요타 등 3개사에 각각 매년 1억2000만달러(13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생산 중단을 막지 못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작년 9월 당선된 토니 애보트 호주 총리가 국고 지원을 반대하자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 폐쇄가 급물살을 탔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노동 규제도 발목을 잡았다. 도요타는 지난해 인건비를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협약 개정안을 마련, 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호주 연방 법원이 “노동협약 개정은 공정근로법 위반”이라고 막았기 때문이다. KOTRA 시드니 무역관 관계자는 “호주에서는 강성 노조 탓에 생산직 인력을 유연하게 배치하지 못하는 데다 일단 결근한 뒤 나중에 병가를 내는 등 근로자들의 윤리의식도 낮다”고 했다.
◆“한국도 방심 못해”…엑소더스 올 수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호주의 상황이 비슷한 만큼 호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노동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현대차 국내 공장의 차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총 시간(HPV)은 28.4시간으로 미국 앨라배마(14.4시간)의 두 배에 이른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추진 등도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원화강세와 한·미, 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차 판매량이 매년 10~20%씩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생산과 판매량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GM은 한국GM의 생산량을 2016년까지 20%(연간 15만대) 줄일 방침이다. 쌍용차도 2009년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히면서 경영 정상화에 암초를 만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체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공장의 생산 비중이 갈수록 줄고 물량이 해외 공장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처한 상황도 호주와 비슷하다고 경고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해마다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앞두고 노조 파업으로 몸살을 앓는다. 통상임금 부담과 한국의 낮은 생산성 때문에 ‘한국 철수설’이 나돌기도 했던 한국GM은 물량 축소와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더 이상 못버텨”…떠나는 업체들
도요타는 2017년 말까지만 호주에서 자동차와 엔진을 생산한 뒤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963년 현지에서 생산을 시작한 지 54년 만이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보도자료에서 “힘든 결정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부정적 요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러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요타에 앞서 포드와 GM의 호주 법인인 홀덴도 각각 2016년과 2017년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호주 자동차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줄어 2008년 32만대에서 지난해 21만대까지 감소했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이 나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5.96호주달러(1만5478원)다. 우리나라(4860원)의 3.2배 수준이다.
천제형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3년간 호주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내수는 물론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호주 정부는 포드와 홀덴, 도요타 등 3개사에 각각 매년 1억2000만달러(13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생산 중단을 막지 못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작년 9월 당선된 토니 애보트 호주 총리가 국고 지원을 반대하자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 폐쇄가 급물살을 탔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노동 규제도 발목을 잡았다. 도요타는 지난해 인건비를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협약 개정안을 마련, 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호주 연방 법원이 “노동협약 개정은 공정근로법 위반”이라고 막았기 때문이다. KOTRA 시드니 무역관 관계자는 “호주에서는 강성 노조 탓에 생산직 인력을 유연하게 배치하지 못하는 데다 일단 결근한 뒤 나중에 병가를 내는 등 근로자들의 윤리의식도 낮다”고 했다.
◆“한국도 방심 못해”…엑소더스 올 수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호주의 상황이 비슷한 만큼 호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노동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현대차 국내 공장의 차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총 시간(HPV)은 28.4시간으로 미국 앨라배마(14.4시간)의 두 배에 이른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추진 등도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원화강세와 한·미, 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차 판매량이 매년 10~20%씩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생산과 판매량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GM은 한국GM의 생산량을 2016년까지 20%(연간 15만대) 줄일 방침이다. 쌍용차도 2009년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히면서 경영 정상화에 암초를 만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체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공장의 생산 비중이 갈수록 줄고 물량이 해외 공장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