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태아에게 100세까지 보장한다고?…어린이보험 '도 넘은 판매경쟁'
어린이보험 시장이 불붙고 있다. 생명·손해보험사와 대·중소형사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양상이다. 다른 상품보다 수익성이 좋은 데다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과열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장기간을 100세까지로 늘리는 등 과도한 상품 설계에서 잘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보장 기간이 길다고 꼭 좋은 건 아니다”며 “가입 목적을 명확히 한 뒤 그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도 해약 적고 수익성도 좋아

성장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사고와 질병 위험에 대비하는 어린이보험을 처음 선보인 곳은 현대해상이다. 2004년 출시 이후 작년 말까지 196만명이 가입했다. 팔린 금액만 880억원에 달한다. 대다수 보험은 출시 초기가 지나면 가입자가 급감하는 데 반해 이 상품은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이에 자극받아 올 들어서만 한화손해보험 KDB생명보험 흥국화재가 잇따라 어린이보험을 내놨다. 또 손보사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시장에 삼성 한화 교보 등 대형 생명보험사까지 뛰어들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적극적인 이유는 일단 수익성이 좋아서다. 대다수 보험상품의 지급비율(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실제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80%대지만 어린이보험은 70%대로 상대적으로 낮다. 요즘은 사고예방시설이나 질병관리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보험금 지급이 생각보다 적기 때문이다.

또 가입한 보험을 중도 해지하는 사람이 10명 중 1명도 안 된다. 한 손해보험사의 마케팅 임원은 “가계가 어려워져도 어린이보험만큼은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깨지 않는 성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100세까지 보장’ 등 과열 양상도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과도한 보장을 내세우는 등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 출시된 어린이보험은 모두 100세까지 보장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예전에는 30세나 80세가 많았다.

보장기간이 길면 장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보험료가 비싸진다. 전문가들은 보험료 부담과 효용성을 감안할 때 성인이 되는 시점에 보험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최영두 에이플러스에셋 상무는 “어린이와 성인은 발병하는 병이나 사고 종류가 다르다”며 “어린이보험을 평생 유지하기보다 스무 살 전후에 성인보험으로 다시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생보사와 손보사에서 판매하는 어린이보험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생보사는 소아암·백혈병처럼 주로 중대한 질병에 많은 보험금을 주는 대신 보장 범위가 좁다. 반면 손보사 상품은 수술비·치료비 등 실제 지출한 의료비를 넓게 보장하지만 보험금 규모는 생보사보다 작다.

어린이보험은 보장 내용이 세분화돼 있고 상품마다 보장 범위가 달라 비교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예컨대 신한·동양생명은 질병이나 재해로 인한 수술·입원을 보험료 재산출(갱신) 없이 주계약으로 보장한다. 하지만 삼성·한화·교보생명은 특약 형태의 3년 갱신형으로 보장해 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