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판매점서 내 정보 줄줄 샌다
지난 7일 부산 서부경찰서는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유모씨(41)를 구속했다. 유씨는 휴대폰 가입자의 운전면허증 인적사항을 도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뒤 백화점에서 3000만원어치 물품을 구매하고 카드대출 50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엔 휴대폰 판매점이 가입자 정보 서류를 상담용 이면지로 쓴 뒤 무단 방치한 사례가 적발됐다.

휴대폰 개통을 위해 통신사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제공하는 개인정보 중엔 주민등록번호 은행계좌번호 신용카드번호 등 민감한 정보들이 많다. 휴대폰 판매점이 ‘개인정보 백화점’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판매점이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사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대리점과 판매점들로 하여금 가입자가 작성한 가입신청서 원본을 개통 절차가 끝난 즉시 가입자들에게 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가입신청서와 신분증 사본은 통신사에 전달해 가입자 관리 시스템에 보관한다. 일단 가입자 관리 시스템으로 전송된 정보는 암호화되기 때문에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접근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판매점들이 개통 절차에서 개인정보를 복사하거나 파기하지 않고 불법 보관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가입자들이 귀찮아서 놓고 가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개인정보를 갖고 있어도 적발하거나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위탁 계약을 맺은 대리점은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어기면 수수료 삭감, 계약 해지 등 페널티를 부과해 관리하고 있지만 관리가 쉽지만은 않다.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판매점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어 더 관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판매점이 통신사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은 정보 유출 사고가 터져도 통신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사가 이들을 관리할 동기와 근거가 없단 얘기다.

현재 해당 법률(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사의 개인정보 운영 실태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도 판매점까지 제재할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방통위 관계자는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