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컴퓨터과학부 문봉희 교수와 학과 학생들이 ‘학생지도의 날’ 행사를 연 뒤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숙명여대 제공
숙명여대 컴퓨터과학부 문봉희 교수와 학과 학생들이 ‘학생지도의 날’ 행사를 연 뒤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숙명여대 제공
한국외국어대는 올해 1학점 교양 강의인 ‘HUFS 프로세미나’ 강좌를 개설했다. 2000여명의 신입생 가운데 1800명이 신청한 이 강의는 매주 수요일 저녁 주요 동문 및 저명인사를 초청해 릴레이 특강을 하는 수업이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등이 강사로 나서 대학인으로서의 자세와 사회적 소통에 대해 들려줄 예정이다.

중앙대도 올해부터 ‘동문 CEO 초청 리더십 특강’을 개설, 매주 화요일 두 시간 동안 기업 최고경영자의 성공 경험과 인생관을 들려준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2학기에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학점 인플레’와 엇비슷한 ‘스펙’ 대신에 인성이 올바른 대졸자 채용을 우선시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인성교육 교양 필수로 지정하기도

성균관대는 지난해 7월 교수 3명과 전임 연구원 1명, 조교 2명 등으로 성균인성교육센터를 만들었다. 성균관대는 유학(儒學) 관련 과목을 교양 필수로 들어야 하지만 올해 ‘성균 논어’라는 2학점 수업으로 통합해 모든 학생이 이수하도록 했다. 학기마다 40여명의 학생이 1박2일간 경북 안동 도산서원을 방문하는 일정도 포함돼 있다. 이천승 성균인성교육센터 부센터장은 “사회적으로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전문성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2012년부터 ‘유니버시티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명사 강연을 열고 있다. 경희대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란 이름의 교양학부를 따로 운영 중이다. ‘시민교과’라는 3학점 수업은 교내 환경미화원에게 인사하기, 자살에 대한 이해와 예방, 미혼모에 대한 인식 개선 등 이론교육과 사회봉사를 병행해야 한다.

◆사회봉사해야 장학금 받아

대학들은 교양과목이나 특강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소통과 배려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학생들의 봉사 실적을 기록으로 남겨 공신력 있는 인증서 형태로 발급하는 ‘사회봉사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장학금을 받으려면 최소한 10시간 이상의 사회봉사에 참여해야 한다. 김애희 숙명여대 홍보팀장은 “매 학기 한 차례씩 전체 학부 수업을 휴강하고 교수와 학생이 함께 간담회, 야유회, 문화체육활동 등을 하는 ‘학생지도의 날’은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진로 상담도 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한양대도 ‘한양품성인증제’를 통해 사회봉사를 2학점 이상 수료해야만 졸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숭실대도 사회봉사 교과목 이수와 봉사활동을 의무화해 4학점을 이수하면 ‘사회봉사인증’을 해주고 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RC(기숙형 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주간뿐 아니라 야간에도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인성교육범교육실천연합 사무총장)는 “지금까지는 대학 교육이 스펙이나 지식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지식보다는 인성이 바탕이 되는 지혜를 배워야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태웅/홍선표/이지훈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