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이 매년 다이어리에 일정을 정리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날은 동문 모임이다. 그는 부산고, 서울대 철학과 출신이지만 가장 우선 순위를 두는 곳은 외국 대학이다.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경영학석사(MBA) 코스인 와튼스쿨 한국 동문회. 올해는 1월10일 ‘와튼스쿨 신년회’가 열렸다.

[단독] 와튼스쿨 한국 동문회는 'MBA의 해병전우회'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이 최근 펜실베이니아대 총동문회장에 선임되면서 외국 유명 대학의 한국 동문회가 주목받고 있다. 외국 대학의 한국 동문회는 세계 정상급 대학 출신이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끈끈한 네트워킹을 자랑하는 곳이 많다.

와튼스쿨 한국 동문회는 ‘MBA의 해병 전우회’로 불릴 만큼 결속력이 탄탄하다. 정기 신년회를 비롯해 수시로 열리는 골프모임과 와인모임, 80년대 학번 모임, 기수별 모임 등을 통해 많게는 연간 10회가량 동문들과 만난다. 1959년 졸업한 ‘최고참’ 이봉서 한국능률협회장부터 80년대 학번인 구본걸 LG패션 회장, 새 얼굴인 2008년 졸업생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등이 와튼스쿨이라는 이름 아래 자주 얼굴을 맞댄다. 지난달에는 정지택 베인앤컴퍼니 부사장 등 젊은 동문들이 주축이 돼 와튼스쿨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 30여명을 초청해 한국 기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박찬구 웅진케미칼 대표가 동문회장을 맡고 있으며,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김신배 SK그룹 부회장, 권영설 소셜브레인K 대표 등도 이곳 출신이다.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동문회 차원에서는 연간 4회가량 ‘펜포럼’을 연다. 가장 최근에 열린 48회 펜포럼에서는 와튼스쿨 98학번인 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전 프로야구 선수인 박찬호 씨와 함께 스포츠마케팅의 효과에 관해 강연했다. 유펜 공학석사와 와튼스쿨 MBA를 모두 밟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펜포럼 연단에 섰다.

개별 동문 모임을 넘어서 ‘조인트 동문회’까지 열리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과 케네디스쿨, MIT, 스탠퍼드 MBA 졸업생들은 지난해 10월 통합 동문회를 개최했다.

학교별로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달라 상호 윈윈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동문회가 주축이 돼 마련한 자리다. 실제로 MIT와 스탠퍼드에는 공학 관련 인사들이 많다.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장, 강성욱 GE코리아 대표 등은 MIT 슬론,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은 스탠퍼드 MBA를 나왔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졸업생 중에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 컨설팅회사와 사모펀드 관계자가 많은 편이다.

케네디스쿨 출신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정·관계 인사가 대부분이다. 하버드 최고경영자과정(AMP) 출신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은 별도의 모임을 갖기도 한다.

컬럼비아대와 위스콘신대도 한국 동문회 활동이 활발하다. 컬럼비아대는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대표변호사가 올해 총동문회장으로 취임했다.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과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동문회 고문을 맡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동문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총동문회장으로 있는 위스콘신대 출신은 강석훈·안종범·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김진표 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가 대거 포진해 있다.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은 작년 말부터 텍사스주립대 한국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강진규/강현우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