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외고 天下?…민사·서울과학고 "우리가 최고"
대원외국어고, 민족사관고, 서울과학고가 높은 국내외 명문대 취학률과 사회 각 분야 진출을 통해 ‘신흥명문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개교한 이들 3개교의 전통은 이제 20년 남짓이지만 초기 졸업자들이 이미 사회 각계각층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성장하면서 ‘고교 평준화’(1974년) 이전의 명문고인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외 명문대 진학률 최고

21일 입시분석기관 하늘교육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대원외고, 민사고, 서울과학고 졸업생 2840명 중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 수는 710명에 달했다. 졸업생 4명 중 1명이 서울대에 입학한 셈이다. 외국대학 진학률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3개교에서 미국, 영국 등의 대학에 진학한 졸업생 수는 669명이다. 총 졸업생 대비 2명 중 1명꼴로 서울대 또는 외국대학에 진학한다는 얘기다.

외국대학 진학률은 민사고가 가장 높았다. 이 기간 민사고 출신 외국대학 입학자 수는 297명이다. 총 졸업생 대비 평균 49.5%가 외국대학에 입학했다. 서울대 진학자(133명)까지 합치면 10명 중 약 7명이 해외 명문대와 서울대에 들어간 셈이다. 서울대 진학률은 서울과학고가 가장 앞섰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과학고에서 서울대에 들어간 학생 수는 279명이다. 같은 기간 졸업생의 약 58%다. 특히 서울과학고에서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 2명 중 1명은 이미 고2 때 조기졸업을 했다.

대원외고도 만만치 않다. 대원외고 출신의 최근 4년간 해외대학, 서울대 합격자 비율은 39.8%다. 졸업생 10명 중 4명이 서울대 이상의 학교에 진학한다는 의미다. 입시기관 관계자는 “뛰어난 학생들을 뽑는 데다 소수정예 교육과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입시경쟁력이 일반고교 출신들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졸업생들 각계각층 활약

1984년 개교한 대원외고와 1989년 개교한 서울과학고 졸업생 중 초기 졸업생이 40대가 넘으면서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대원외고 졸업생은 법조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3년부터 10년간 임용된 판사 중 대원외고 출신은 97명(4.5%)으로 가장 많았다. 판사뿐만 아니라 검사도 다수 배출해 경기고를 제치고 가장 많은 현직 법조인의 모교로 자리잡았다. ‘2013년판 한국법조인 대관’에 따르면 대원외고 출신 현직 판·검사는 129명으로 그간 법조계 최대 인맥이었던 경기고(55명)를 압도했다. 재계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막내인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이 있고 최용선 한신공영 회장의 아들인 최문규 한신공영 상무, 설윤석 전 대한전선 사장이 있다. 이 밖에 프로골퍼 최나연과 최윤영 전 MBC 아나운서 등도 대원외고 인맥이다.

서울과학고 출신은 주로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구글의 초기개발에 참여했던 조정후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교수와 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최초, 최연소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최서현 KAIST 교수는 만 26세에 KAIST 사상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고 김수현 씨는 2013년 만 21세로 사법고시에 최연소 합격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등도 이 학교 동문이다.

1996년 개교한 민사고는 초기 졸업자들의 상당수가 해외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거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코넬대 수석졸업으로 잘 알려진 박형수 씨는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김진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김성진 금융위원회 사무관, ‘닥터심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힙합가수 최찬영 씨 등이 민사고 인맥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