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들 2013년 미술품에 13조원 '베팅'

아트프라이스닷컴 분석, 전년보다 13% 증가…사상 최고
앤디 워홀·피카소·장다첸·바스키아 등 작품 대거 사들여

작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 경매사가 영국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의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크리스티 제공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소유자인 스티븐 윈의 전처 일레인 윈(72)은 작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를 1억2700만달러(수수료 제외·약 1400억원)에 매입했다. 지난해 5월에는 런던의 보석유통업자 로렌스 그래프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뉴욕의 투자자 로널드 페럴만이 내놓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꽃장식 모자를 쓴 여인’을 추정가의 두 배인 5000만달러(약 547억원)에 사들여 재력을 과시했다.

이들을 비롯해 미국 헤지펀드 SAC캐피털 설립자 스티브 코언, 국제 금융계의 ‘큰손’ 레온 블랙 부부 등 재산 1억달러 이상의 ‘슈퍼 리치’들이 잇달아 초고가 미술품에 투자하며 국제 미술시장의 활력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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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스 미술 정보업체 아트프라이스닷컴이 최근 발표한 ‘2013년 아트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품 경매시장 낙찰액은 120억달러(약 13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낙찰액(106억달러)보다 13.2% 늘어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6억달러로 급감했던 미술품 낙찰액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물론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것이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세계적인 부호들이 주식·외환시장, 부동산 사업에 편중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미술품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중동, 러시아 슈퍼 리치들은 경매시장을 주도하며 ‘블루칩 작가’ 작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미국 화가 앤디 워홀의 작품에는 3억6741만달러(1459점)를 투자했고, 피카소의 작품에도 3억6139만달러(2776점)를 베팅했다. 중국 근대화가 장다첸(873점·2억9166만달러), 미국의 장 미셸 바스키아(91점·2억5040만달러), 중국화 거장 제백석(716점·2억3000만달러)의 작품에도 수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슈퍼 리치들의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그림값은 지난

해 15% 상승했다. 3000만달러 이상의 초고가 그림도 19점이나 탄생했다.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베이컨의 작품 ‘루치안~’ 외에도 앤디 워홀의 1963년작 ‘실버 크래시 카’(9400만달러),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의 1948년작 ‘넘버 19’(5836만달러), 제프 쿤스가 만든 3m짜리 오렌지색 대형 조형물 ‘풍선 개’(5200만달러),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꽃달린 모자를 쓴 여자’(5000만달러) 등이 부호들의 품에 안겼다.

중국과 대만 부호들의 구매 행진도 이어졌다. 중국 금융계 ‘큰손’ 류이첸·왕웨이 부부, 조지 웡 파크뷰그린 그룹 회장, 빌쩡 인벡텍 베스타 대표 등 화교권 컬렉터들이 고가 그림을 사들이면서 중국 경매시장을 40억7800만달러(약 4조3500억원)로 키워냈다. 이로써 중국은 국제 미술시장의 41%를 차지하며 4년째 미국(40억1600만달러)을 앞지르고 ‘차이나 넘버원’을 굳혔다.

관심사는 슈퍼 리치들의 미술품 투자 랠리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개인과 기업의 여유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투자자들이 금융위기 후 쌓아 뒀던 현금을 미술품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자산 버블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투자 관점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