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허점 투성이 서울패션위크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무대 뒤에서 안절부절못할 패션디자이너를 배려한 듯 누군가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짧은 ‘매너 박수’가 사라진 자리에는 어색하게 무대 위를 오가는 모델들, 지나치게 환한 조명, 이 상황이 어리둥절한 해외 바이어와 언론인, 관람객만 남았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주관하는 ‘2014 춘계 서울패션위크’ 둘째날 벌어진 해프닝이다. 지난 22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을지로7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장광효의 남성복 브랜드 ‘카루소(CARUSO)’ 쇼 중간에 5분 동안 음악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디자이너의 작품 세계를 부연해 주는 음악은 쇼의 성패와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패션쇼가 짧으면 10분, 길어야 20분 정도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5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개막 첫날 이미 노출된 운영상 허점을 다음날에도 재확인한 순간이었다.

개막 첫날인 21일 첫 순서였던 디자이너 홍승완의 ‘로리엣(ROLIAT)’ 무대는 사전 예고도 없이 20여분이나 지연됐다. 이 때문에 30분 간격으로 오후 8시까지 촘촘하게 잡혀 있던 다른 디자이너의 쇼까지 연쇄적으로 10~15분씩 늦어졌다.

진행요원에 대한 사전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DDP는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로 총면적이 8만5320㎡다. 처음 방문한 사람은 길을 잃기 쉬운 구조다. 그런데도 관람객 1만여명이 몰린 개막 첫날 일부 진행요원들이 패션쇼장 위치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탓에 혼란이 가중됐다.

서울패션위크는 연 2회 열리는 국내 최대 패션 축제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행사여서 패션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서울시는 파리·밀라노·런던·뉴욕패션위크에 이은 ‘세계 5대 패션위크’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행사 운영 수준으로는 요원한 얘기다. 서울시가 올 10월 추계 행사를 얼마나 성숙하게 운영할지 패션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선주 생활경제부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