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국민의 불만이 제기된 규제에 대해 각 부처에 ‘14일 안에 소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규제 개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일 발표된 정부의 규제개혁안(3개월 내 소명 의무화)보다 소명 기간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이다.

총리실은 또 대통령 자문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 개선 권고를 해당 부처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총리가 직접 이행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사후 문책을 우려해 일선 공무원들이 규제 완화를 주저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주요 규제는 장관 협의체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이창수 총리실 규제총괄정책관은 26일 “국민의 규제 민원에 대해 ‘3개월 안에만 소명하면 된다’고 느긋하게 생각하지 말고 ‘14일 내 소명’을 원칙으로 삼아 속전속결로 처리하라는 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했다”며 “당초 규제개혁안에서 제시한 ‘3개월 내 소명’은 정말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규제에 한해 예외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또 “내용이 간단한 단순 민원은 소명 기간을 더 앞당겨 사흘 내에 부처 입장을 밝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규제 불만 14일 안에 소명하라"…규제풀기 꺼리는 부처, 총리가 직접 이행명령
이에 따라 각 부처는 총리실이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better.go.kr)에 규제 민원이 접수되면 원칙적으로 14일 내에 규제를 유지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거나 개선 계획을 밝혀야 한다.

총리실은 또 부처의 소명이 미흡할 경우 규개위가 개선을 권고하도록 한 기존 방침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규개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 부처에 대해 총리가 이행명령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규개위가 자문기구에 불과해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한계를 총리 훈령으로 보완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방안은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끝장토론 이후 높아진 국민의 규제개혁 요구를 반영해 규제개혁의 속도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끝장토론 전 하루 20건 미만이던 규제 민원이 끝장토론 이후 평일 기준 하루 50~80건으로 급증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 때문에 규제를 적극 풀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공무원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주요 규제는 경제관계장관회에서 심의·의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 협의체를 활용해 규제 완화에 대한 공무원들의 책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거나 부처 간 조율이 안돼 풀리지 않고 있는 ‘덩어리 규제’ 및 인허가 건은 실무진 협의를 통해 우선 조정하되 진전이 없을 경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상정해 관련 장관들이 직접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또 속도감 있게 처리해야 할 규제가 있다면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부처 장관들이 만나는 ‘녹실(綠室)회의’를 수시로 열어 논의할 계획이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감사원도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에서 의결된 사항이면 부처 간 합의가 있었다고 보고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주용석/김우섭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