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 때 동일비용의 기존 규제를 철폐하는 규제비용총량제(cost-in, cost-out)를 의원 입법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부처 의지와 상관없이 의원 입법으로 규제가 신설되더라도 각 부처가 책임지고 다른 규제를 없애는 방식으로 규제총량을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부처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덩어리 규제’ 가운데 해결이 어려운 과제는 총리가 수시로 관계장관회의 등을 소집해 직접 조정하기로 했다.

[이런 규제 없애라] 국회서 새로운 규제 만들면, 관련부처 기존 규제 하나 없앤다

▶본지 3월27일자 A1면 참조

○의원 입법도 ‘간접 억제’

국무조정실(총리실)은 30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규제개혁 후속 조치’를 내놨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끝장토론 때 나온 민간의 규제개혁 건의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로드맵이다.

규제비용총량제 적용 대상에 의원 입법을 포함한 것은 규제 개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규제 상당수가 의원 입법에서 비롯된데다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앞으로도 의원 입법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의원 입법은 정부 입법과 달리 규제개혁위원회 심의가 면제되는 등 절차가 간소하다.

의원 입법을 통한 규제 확대를 막지 않으면 정부의 규제 감축 노력이 헛수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물론 현행법상 정부가 의원 입법을 직접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 등에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의원 입법에 따른 규제 양산을 간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각 부처에서 의원 입법에 대해 신중하게 대처하라는 의미에서 의원 입법도 규제비용총량제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내년에 발의되는 의원 입법부터 규제비용총량제를 본격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오는 7월부터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7개 부처에 시범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치는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정치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지난 20일 규제개혁 끝장토론 직후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입법 규제발언’에 대해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일각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의원 입법으로 늘어난 규제만큼 부처가 기존 규제를 없애야 할 경우 원래 폐지 계획이 없던, 꼭 필요한 규제까지 철폐해야 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

총리실은 이번 대책에서 부처별 역할 분담 방안도 내놨다. 우선 개별 규제는 해당 부처가, 서비스 규제 등 여러 경제부처가 얽힌 규제는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각각 처리하도록 했다. 총리실은 특히 부총리나 국무조정실장 주재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못한 덩어리 규제의 경우 총리가 직접 관계장관회의 등을 소집해 해결 방안을 찾기로 했다.

총리실은 이와 함께 규제정보포털(better.go.kr)에 올라온 국민들의 규제 불만에 대해 원칙적으로 ‘14일 내 소명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규제개혁안(3개월 내 소명)보다 소명 기간을 앞당긴 것이다.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건의된 과제에 대해선 개선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당초 해당 부처가 ‘장기검토’ 과제로 돌렸던 해외 여행객 면세한도(현재 400달러) 상향 조정, 중견기업 가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상속세율 조정, 국내외 대학 간 차별 해소 등 6개 과제를 올해 상반기 중 매듭짓기로 했다. 푸드트럭 합법화, 자동차 튜닝규제 완화 등 7건은 관련 부처가 제시한 계획보다 규제 완화 시기를 1~3개월 단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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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주용석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