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연결재무제표 환상을 버려라
상장기업 중 70% 이상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공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에 대한 주요 재무정보가 개별재무제표에서 연결재무제표로 변했다. 연결재무제표는 금융회사나 애널리스트 등 정보이용자들 사이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감독당국도 신용평가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결재무제표는 개별재무제표가 제공하지 못하는 경제실체의 사업포트폴리오나 지배기업과 종속기업 간의 분식회계를 방지할 수 있는 유용한 재무정보이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연결재무제표는 경제 실체에 관한 충분한 재무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일부 정보가 누락돼 있는 등 재무제표 표시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재무정보 이용자는 연결재무제표를 활용할 때 다음의 몇 가지 사항들을 조심해야 한다.

우선, 채권자들은 연결재무제표가 모든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재무정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연결재무제표의 숫자들은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그 기업과 연결에 포함되는 자회사들과의 숫자를 연결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비유하자면 모든 자회사의 자산과 부채, 수익과 비용을 합하고 내부거래를 제거해 납과 금을 합한 합금과 비슷한 하나의 재무제표를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법적 실체와 경제적 실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연결재무제표는 의사결정 도구로서 문제가 있다. 연결재무제표를 근거로 의사결정하는 것은 한 기업이 어려워질 경우 연결에 속한 다른 기업들이 지원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며, 이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타당성을 가진다. 또 어떤 자산이 어떤 부채로 조달됐는가도 나타내지 못한다. 법적 실체를 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채권자에게는 개별재무제표가 연결재무제표보다 더 중요하다.

둘째 연결재무제표는 당기순이익과 자본을 제외하고 영업이익, 자산, 부채에 대해 지배기업지분과 비지배지분을 구분하지 않고 합산해서 표시한다. 때문에 영업이익과 자산, 부채 중 지배기업 몫을 알 수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연결재무제표에서는 자본과 당기순이익을 제외한 모든 재무정보는 활용하지 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연결재무제표에서는 지배기업의 지분만이 의사결정에 유용한 재무지표이다. 그러나 지배기업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영업이익, 자산, 부채 전부가 지배기업 몫이라 착각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핵심지표로 영업이익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가치도 잘못 평가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인대회에서 왜곡된 정보로 성형수술한 사람을 미인으로 뽑는 우를 범할 수밖에 없다.

셋째, 종속기업의 투자주식은 연결재무제표에 표시되지 않는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종속기업의 자본과 상계해 제거돼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종속기업 주식은 자기주식과 같다. 기업이 실제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자본이 누락된 것이다. 실무에서는 자기주식은 유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자산으로 의사결정에서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는 지표이다.

결론적으로 회계정보의 질적 개선을 위해 도입된 연결재무제표가 중요한 정보 누락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자산, 부채, 영업이익에 대한 지배기업지분 및 비지배지분은 주석에라도 구분해 표시를 해 줘야 한다. 연결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상계돼 제거된 지배기업 보유 종속기업주식과 종속기업의 자본도 마찬가지다.

재무정보는 재무정보이용자들의 의사결정에 실제로 도움이 돼야 한다. 재무정보이용자 입장에서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회계는 ‘데이터’가 아니라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조 <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 >